난자 채취를 위해 과배란을 시작했다. 인공수정 하지 말고 곧바로 시험관 하라는 얘기가 어떤 얘기인지 몸소 느꼈다. 지난 두 번의 인공수정에서 임신이 됐다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저 운이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난 채취 때는 일반 주사기(가령 폴리트롭)를 맞았었는데 이번에는 하나의 주사기에 용량을 나눠 맞는 펜타입의 주사기로 바뀌었다. 주사기를 딸랑 하나만 받아와서 그런지 간편했다.
이번엔 남편에게 한 번 주사를 놔달라고 해봤다. 드라마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주사를 놔주는 걸 보고 나는 결심했다. 남편과 함께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왠지 좋아 보였다.
그래서 그에게 주사기를 넘겼다. 나보다 더 긴장한 그가 “어디에다가 찔러?”라고 묻자, 이미 꽉 쥐고 있어 빨개진 뱃살을 가리키며 “여기에 수직으로 찔러”라고 말했다. 주사를 놓는 와중에도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다 맞고 나서 주사기 바늘을 빼는데, 우리 둘의 합이 안 맞았는지 피가 찔끔 났다. 남편은 곧바로 미안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멍이 새파랗게 들어버렸다. 그는 그 부위를 볼 때마다 계속 미안해했고 나는 괜히 드라마를 따라 해 보겠다고 욕심을 낸 게 아닌가 싶다가도 어색하지만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도와주는 그가 고맙기도 했다.
6일 차부터는 식염수에 가루를 녹여 주사를 제조(?)하는데, 나는 채취가 두 번째인데도 다시 처음 하는 듯 손놀림이 어색했다. 그래도 우리는 긴장 속에도 마치 간호사가 된 듯 “00님 주사 맞으실게요~!” 상황극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난장판이 된 테이블을 보면 우리가 무척이나 긴장했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난포가 10개 초반으로 보인다고 해서 그런지 지난번 16개 채취 때보다 배가 부풀지도 않았고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그래서 이 정도면 다행이다 싶었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동결까지 몇 개나 남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남편은 루틴처럼 토마토와 영양제를 챙기고, 나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렇게 난자 채취일을 기다렸다.
시술 당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