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오비드렐과 데카펩틸(배란유도제) 총 3대 맞고 미끌거리는 질정까지 넣고 잠을 청했다. 채취에 대한 걱정으로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이번엔 10개 정도라서 그런지 몸이 편했다.
채취날 아침, 미역국도 끓여서 남편 아침을 차려주고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채취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대기 시간이 짧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술실에 누워 선생님을 기다리는 2-3분 동안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마취제가 들어오니 기침을 쿨럭쿨럭쿨럭... 눈을 뜨니 다시 베드에 누워있었다.. ‘채취를 조금 해서 덜 아픈가?’ 생각을 하며 주섬주섬 챙겨 온 미니 약과를 입에 넣었다.(지난번에는 당이 떨어져 피검사랑 초음파도 다시 봤기에 당이 높은 약과를 챙겼다!)
선생님이 커튼을 젖히고 들어왔다. “00님 오늘 20개 채취했어요. 미성숙 난자들이 먼저 배란이 되기도 했고 20개 정도 채취하면 신선이식은 못해요. 아쉽지만 동결해서 이식하시죠. “
“20개요?!?!?!?!” 원효대사 해골물처럼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신선이식이 무산되어 실망도 했지만 그래도 이번엔 정자 얘기를 안 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번 10%대 동결 수치를 얻은 나는 이번 동결 개수가 4-5개만이라도 나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 넘게 누워있다가 삐걱거리며 병원을 나왔다. 난소 과자극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배주사가 추가된 것 외에는 기분도, 컨디션도 괜찮았다.
집에 돌아와 조금 더 쉬다가 출근을 했다. 굳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곳에 내 난임 사실을 알리며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에 출근을 감행하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한테 “난자 채취 후에 짧게 출근을 해야 되는데 괜찮을까요?”라고 여쭤봤더니 “갑자기 피가 많이 나면 모든 걸 버리고 병원으로 와야 됩니다.”라는 단호한 말을 들어서 그런가 나는 웅장한 마음을 가지고 출근을 했다.
어찌어찌 퇴근을 하고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할 때 갑자기 온몸에서 열이 나면서 식은땀이 후드득 떨어졌다. 일하는 내내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집에 오자마자 현기증이 났다. (두 번째 시술이라고 만만하게 봤던 게 문제였나?)
누워서 콕콕 쑤시는 배를 쓰다듬으며 병원 앱을 켰다.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남편이 무척이나 보고 싶었다. 이런 날 당직이라니, 꼭 필요할 때 없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