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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도 Oct 03. 2024

그 많던 에그 샐러드 8

미아였어요? 토한 사람?

 "가져가요? 구운 베이컨을요? 누가요?"

  

  제프가 묻자, 모두의 시선이 윤조에게로 향했다. 특히 앰버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말을 조리 있게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인지는 모르죠. 하지만 없어졌어요. 달걀, 감자, 과일, 햄, 비프, 에그 샐러드는 어제요."

  

  애절한 표정과 일치하지 않게 단순한 단어들만 나열하는 윤조가 안쓰러워서였을까 아니면 우스워서였을까. 갑자기 제프는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를 취했다. 마치 코미디언 같았다.

  

  "아, 그거요? 내가 다 먹어 치웠지!"

  

  윤조는 당황했다. 양손을 번갈아 입에 넣는 시늉까지 하는 제프는 분명 이상해 보였다. 아니면 윤조를 놀리거나.

  

  "흠흠."

  

  스탠이 헛기침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 마이. 갓!"

  

  앰버가 한 음절 한 음절 힘줘서 말했다. 그녀를 보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아, 미안해요. 조크였어요."

  "......"

  " 그냥 오늘은 좀 더 많이 구워요. 할 수 있죠?"

  

  제프는 오른손 엄지를 올리고 몇 발 뒷걸음질 치다 돌아서 나가 버렸다.

 

  윤조는 흥분해서 두서없이 말해 제대로 뜻을 전달하지 못한 게 창피했다. 그녀의 말을 못 믿는 것 같아서 억울했다. 앰버는 스탠에게 쪼르르 가서는 또 뭐라 속닥이고 있었다. 윤조의 눈은 미아를 찾았지만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보이지 않았다.

  

  브랙퍼스트 2인분 주문이 들어왔다. 댤걀을 그릴 위에 네 개 깨서 올렸다. 소시지가 담긴 통을 꺼냈다. 네 개가 필요한데 통엔 한 개뿐이었다. 뒤 주방에 있는 냉장고에서 소시지 팩을 꺼내어 오는데 앞 주방과 연결된 통로에 놓인 쓰레기통에 눈이 갔다. 소시지 뭉탱이가 통 안에 버려져 있었다. 얼굴을 디밀어 보니 보이는 것만 다섯 개였다. 윤조는 비닐장갑을 끼고 통 안을 뒤적거렸다. 종이 타월 뭉치 사이사이로 음식 재료가 버려져 있었다. 슬라이스 된 감자. 로스트비프, 체다 치즈, 캔탈로프, 그리고 에그 샐러드 한 줌. 모두 윤조가 아침부터 프렙 해놓은 것들이었다. 물론 윤조는 버리지 않았다.

  

  주문받은 브랙퍼스트 접시 두 개를 카운터에 올리고 앰버에게 다 되었다고 말했다. '아, 잠깐만요.' 말은 하면서 손과 눈은 여전히 핸드폰을 응시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안 보였던 미아가 어디선가 나타나 대신 서빙했다. 윤조는 앰버 뒤통수를 째려보았다. 이제 모든 게 짜 맞춰지는 것 같았다. 앰버가 온 이후로 재료들이 더 없어졌다. 여태 누가 가져간 걸로 오해했다니. 모든 게 앰버짓인데. 윤조를 모함하려는 치사한 행동. 윤조가 써야 할 또는 윤조가 책임지고 프렙 해야 할 음식만 골라서 버리는 앰버의 못된 행동. 윤조가 퇴근하고 나면 구워 놓은 베이컨을 뭉텅이로 집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앰버를 상상하니 속이 메스꺼웠다. 제프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에릭이 엄청 곤란했어요. 햄버거 주문은 계속 들어오지 구워놓은 베이컨은 없지. 오전 근무자가 그런 일은 제대로 해줘야 오후 음식이 척척 나오는 건데요'

  제프가 오면 모든 걸 말할 것이다. 쓰레기통에 증거가 있으니 제프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조는 머릿속에서 시나리오를 연습해 보았다.


  11시 30분이 되자 윤조는 브레이크를 하겠다고 앰버에게 알리고 앞치마를 벗었다. 화장실에 갔다. 볼일을 보는데 옆 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물을 내리고 나와 손을 씻는데 다시 한번 그런 소리가 들렸다. 뭔가 괴로워하는 소리였다. '아무리 변비가 심해도 저렇게 대놓고 힘주는 소리를.' 윤조는 인상을 쓰며 자신도 모르게 괄약근에 힘을 주었다. 또다시 한차례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힘주는 소리보다는 뭔가 토악질 소리 같았다. "우웩! 켁!" 토하는 게 확실했다. 조금 전 브랙퍼스트를 주문한 손님 중 하나일까. 혹시 윤조가 만든 음식이 잘 못되어서 토하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소리가 멈췄다. 나오다가 마주치면 곤란해할 것 같아 윤조는 먼저 나왔다. 포스에 비스듬히 기대선 앰버를 지나 스탠에게로 갔다.

  

  "스탠.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토해요. 혹시 제가 만든 음식 먹고 잘못된 건지 걱정되어서요. 제프한테 말해야 할까요?"

  

  스탠은 뭔가 말하려다 화장실 쪽으로 눈길이 가며 그만두었다. 윤조도 화장실 쪽을 쳐다보았다. 얼굴이 하얘진 미아가 나오고 있었다. 분명 화장실엔 윤조와 토한 사람뿐이었다.  문으로 걸어오는 미아를 보며 "미아. 미아였어요? 토한 사람? 괜찮아요?"라고 물었지만 미아는 "아, 네."라고 얼버무리며 밖으로 나갔다.

  

  "저러고 또 비어 카트 싣고 나가나 봐요. 괜찮을까요?"

  

  윤조는 안쓰럽게 미아를 바라보았다.

  

  "괜찮을 거예요."

  

  스탠이 말했다.

  

  혀를 끌끌 차는 앰버의 소리가 들렸을 때 참았던 무언가가 뱃속에서 치고 올라왔다.

   

  "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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