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면 좋을 것 같기는 하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나는 그랬다.
어릴 때부터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나를 깊이 생각하다 보면, 어떤 때는 내가 세상을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로 느껴졌고, 또 어떤 때는 그저 먼지 같은 작은 존재처럼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게임, 소설, 애니, 만화 등 내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좋아했다.
나보다 힘들거나 나와 비슷하게 힘든 주인공이나 엑스트라들이 그 시련이나 그 상황을 이겨내려고 하고 결국 이겨내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울감에 젖어 가만히 있던 나와는 너무 달라서 이겨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해 준 매개체가 된 것도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영화는 트루먼 쇼였다. 처음 보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었는지.. 평범해 보이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주인공이지만 사실은 전부 하나의 쇼에 지나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금세 문을 열고 더 넓은 세상을 나가는 장면은 아마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나라면 문을 과연 열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에 난 아직도 쉽게 대답을 하진 못할 것 같다.
현재에 안주하고 미래로 나아간다의 수준이 아닌 현재의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지하고 다 버리고 불확실하고 안전한지 아무것도 모르는 곳으로 나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실, 철이 덜 들었을 때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운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런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었다. 자신의 세상이 전부인 양 떠드는 사람들을 보기가 싫었다.
세상은 넓은데, 그들은 자신의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자랑스러워했다. 그걸 보며 나는 속으로 내가 더 열심히 살았는데, 더 많은 세상을 경험했는데, 하고 생각했다. 내가 더 열심히 살았는데 더 힘들었었는데 하며 계속 저울질해 가며 예민하게도 살아왔다. 사실은 내가 이런 배경이 있든,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의 배경과 힘듦이 존재하고 그걸 내가 재단할 수 없으며 그 사람이 나보다 실제로 덜 힘들더라도 내가 어쩌겠는가 라는 생각이 요즘에는 든다.
나보다 안 힘들고 행복하게만 살아온 사람이 있을 테고, 나만큼 힘든 사람 또한 있을 테고, 내가 예상하지도 못할 만큼 힘든 사람이 있을 텐데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이었다.
사실, 내가 가장 싫었기 때문에 나보다 덜 힘들어 보이고 사연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느꼈고, 그 사람들이 큰소리를 치며 자기네들이 가장 힘들다며 큰소리를 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을 통해 각자의 사연과 인생이 있음을 깨닫고 나니 내가 자주 하던 '심즈'를 바라보는 시각이 또 달라졌다. 심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자주 하던 게임이었는데, 이쁘게 꾸미고 여러 캐릭터 입장에서 인생을 플레이한다는 게 너무 좋았다.
관점의 차이와 삶을 대하는 게 돈, 배경이 전부가 아니며 힘들다고 전부 암울하고 우울하게 살아가는 게 아니고, 자신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성격과 그것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을 심즈에서 깨달은 것 같다. 성격과 문제를 직면하는 태도뿐 아니라 가치관, 자존감이야 말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의 성격과 태도가 중요한 이유는 인생에 있어 정말 다양한 사연들이 존재하지만,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거나 이겨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았었다며 나 또한 이런 말을 할 처지가 못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인생, 삶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이것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의 가정과 환경을 골라가며 태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고 힘든 일을 겪고 싶어서 겪은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시간 또한 흘러가게 하고 싶어 흘러가는 것이 아니듯 그저 태어나 그 환경에 적응하고,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도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없으며 발목을 잡는 것이 자신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면 거기서 주저앉아만 있고 좌절만 하고 우울해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이겨내려는 생각이라도 해보며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일어나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절대로 시간 허투루 보내지 말고 공부해라! 책 읽어라! 자기 계발해라! 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 계발이나 공부도 정말 필요한 부분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생을 이겨내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이나 원동력을 길렀으면 한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자존감이라는 것 또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별거인가? 그냥 나를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적어도 불쌍히 여기거나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하며 주저앉아본 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러면서 주저앉아있었던 것이 내가 자존감이 낮고 나의 환경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 와서는 내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은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나 자신을 위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째서 자신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를 바랄까?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자신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인한 고통은 전부 자신의 몫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가장 가장 고통스러우며 우울하고 힘드니까.
나는 사실 너무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자주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이유는 단지 이때까지 힘들었으며 힘든 것을 버틴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이렇게 힘들고 이렇게 버텨왔는데 똑같은 삶으로 이어 살고 싶지 않다.
지금의 나는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나의 발버둥에 가까울 것이다.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등의 욕심은 전혀 없다. 단지 정말로 고생한 나에게 보상을 주고 싶다. 보다 나은 인생, 더 나아가 보다 행복한 인생을 이때까지 살아온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살게 해주고 싶다. 나는 정말 열심히 과거의 불쌍했던 나를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
나는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만일 지금이나 과거가 힘들었다면 자기 자신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선물하기 위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과거와 현재의 나를 위해 우울하고 힘들어하고만 있지 않고 자신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