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겠다고 막연히 고민하던 어느 날, 우연히 한 아이돌 그룹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진행하는 생방송 라디오에 사연을 보낸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쓴 닉네임은 ‘길 잃은 바다거북이’.
당시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 이름이었다.
그런데 방송에서 그 닉네임을 읽은 막내 멤버가 이렇게 말했다.
“과연 바다거북이, 정말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까요?”
그 말에 눈물이 날 뻔했다.
나는 ‘나는 너무 행복하게 살아요, 슬프지 않아요’라는 의미를
그 닉네임에 담았는데,
그 뜻을 처음으로 누군가가 정확히 이해해 준 순간이었다.
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그 따뜻한 반응이 너무 기뻐서—
그때 확신했다.
나는 글을 써야겠다.
나는 글이 너무 좋다.
그날, 나는 글을 써낼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그 아이돌에게 감사를 담아, 나는 열심히 덕질을 한다.
응원봉을 다른 아이돌들처럼 높이 들 순 없지만
그 그룹의 응원봉은 조금 특별해서,
아직 손목에 힘이 부족한 나도 왼팔로 응원법을 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시간은 내게 더욱 완벽하다.
고생하며 활동하는 그들을 보면 기쁘다가도, 슬프다가도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래도 혼자 용기를 받고, 혼자 유대를 만들며,
방구석에서 조용히 행복을 누적한다.
그들이 겪은 속상한 일들은 나에겐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된다.
저렇게 세상에 억울한 경험들을 해도
나는 고작 손만 조금 불편할 뿐이다.
내가 운동장애를 겪게 된 것도,
글을 써서 한풀이하라는 기회였던 것 같다.
언어장애가 왔다면 글도 쓰지 못했을 테니.
셀프로 채운 용기는 이제 차고 넘친다.
태양이 아무리 멀어도 빛을 받는 만물처럼 멀지만 그들에게 큰 용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