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를 읽고서 그의 글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궁금해졌다. 왜 이어령 작가님은 기독교와 자녀에 대한 사랑에 집착하듯 시를 쓰신 것일까...
이어령 작가님에 대해서 찾아보니 무교였던 작가님은 2007년 목사였던 딸의 갑상선암이 재발해 설상가상으로 실명하게 되자 "내 딸에게서 빛을 거두지 않으신다면 내 남은 생은 당신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는 기도를 올리게 되는데, 그 뒤 놀랍게도 7개월 만에 딸의 망막박리 증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로 신실한 기독교인이 되어 그의 글마다 표현돼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으셨을 아버지의 마음.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에 대해 먼저 간 딸의 뒤에서나마 말해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그 마음이 다음 책으로 연결되어 <이어령의 말>을 선택하게 되었다.
책의 기획 의도가 눈에 들어와 읽게 되었다. 편집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어령 선생이 떠난 지 3년, 그의 마지막 기획이 세상에 나왔다. 그가 남긴 수백 권의 책들 중 '이어령 말의 정수'라 할 만한 글을 추려 한 권으로 엮었다. 주제에 따라 짧게 짧게 구성된 글들엔 이어령 특유의 통찰과 지혜가 넘치게 담겼다.'라고 한다.
오늘의 1독 <이어령의 말>과 함께한다.
저자 - 이어령
1933년 11월 13일(음력, 호적상 1934년 1월 15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능소凌宵이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으로 편집을 이끌었다.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했으며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대표 저서로 『지성에서 영성으로』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생명이 자본이다』 『젊음의 탄생』 등이 있고, 소설 『장군의 수염』 『환각의 다리』와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펴냈으며, 희곡과 시나리오 「기적을 파는 백화점」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 「사자와의 경주」 등을 집필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2022년 2월 26일 별세했다.
<이어령의 말> 중에서
<인이사이트>
슬픔을 표현하는 것보다
슬픔을 참는 것이 익숙해진 사람들이 있다.
공감할 수 없을 만큼의 깊은 슬픔들을
평생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삶은 녹록지 않다.
덜어내고, 비워내지 않는 인생의 무게들은
차곡차곡 삶에 축적되어 손쓸 수 없게 된다.
안 그래도 녹록지 않은 삶에 무게를 얹지 말고
조금씩 덜어내고 비워내며 살아가자.
무엇인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때 즈음
허물어지는 시기가 오고,
한 동안 허무해하다가도 다시 일어나
새로운 목표로 살아가는 인간의 삶.
한 치 앞도 모르는 우리네 인생이지만
그래도 계속 살아내는 만큼
의미 있는 결론이 있기를 바라며.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그 모습(人)은 바로 사람이라는 이 목표, 이상적인 인간상을 향해서 가는 형상이다.
그래서 겉만 사람, 생물학적으로만 사람이라고 지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완성체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되어가는 과정의 존재, 즉 ‘비잉Being’인 것만이 아니라 ‘비커밍Becoming’이기도 하다.
<이어령의 말> 중에서
<인이사이트>
아이에게 어떤 말의 씨앗을 심어줄 것인가,
아이에게 있는 것을 따르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되고 싶은 것을 찾아가라 할 것인가.
아이는 타인의 시선과 지원 속에서 자란다.
어떠한 환경과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남들이 따라가는 길 속에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인가.
어른이라고 다 성숙하고 현명한 것은 아니다.
나이만 많다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 주입하지 않고,
사람을 이해하고, 변화를 읽고, 열린 시각으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입을 닫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인간관계는 부조리하다.
내가 잘해주려고 해도 어떤 때에는 상처를 주고, 상처를 주려는 것이 오히려 그 사람을 잘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깜깜한 밤중에 날아오는 돌처럼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와서 제일 놀라고 무서워했던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해변 백사장 위에 찍힌 사람의 발자국이었지요.
무인도가 따로 있습니까.
천만 명이 사는 도시라 할지라도
사람의 발자국을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무인도인 것입니다.
<이어령의 말> 중에서
<인이사이트>
함께이길 바라고 기다리던 사람들과의 재회가
두려워지는 순간이 있다.
좋은 모습만 기대하고 상상했지만,
큰 기대에 대한 결과가
실망으로 돌아올 때도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없으려면 기대도 없어야 한다.
인간은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며,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변해있을 수도 있다.
진정한 관계는 완벽함이 아닌
서로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데서 시작된다.
로빈슨크루소는 사회와 사람에게서 격리된 채
홀로 지내며 보내는 시간 동안,
그 사실을 잊고 있었기에 '두려움'만
더 크게 다가왔던 것이 아닐까?
천년만년 살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거꾸로 현대인은 ‘생’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그 때문에 세상은 메말라지고 그 죄악은 더욱 어둠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종말감 속에서 시작하는 사람, 죽음 속에서 시작하는 사람, 죽음 속에서 삶을 느끼는 사람만이 생의 완전함을 지닐 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어령의 말> 중에서
<인이사이트>
'죽음을 의식하는 순간 삶이 비로소 선명해진다'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해도
당연히 올 것이라 믿으며 오늘을 흘려보내고 있다.
마치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 것처럼
미루고, 망설이고, 소홀히 하면서
정작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고 있다.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시작이 의미를 갖는다.
한정된 시간이 있기에 매 순간이 귀해진다.
종말을 의식한다는 것은 비관이 아닌 각성이고,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체념이 아닌 삶에 대한 간절함이다.
영원할 것 같은 착각 속에서는
모든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유한함을 깨달은 순간
비로소 진짜 살기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언제부터인가 나는 뒷모습도 앞모습도 아닌 프로필(옆얼굴)을 좋아하는 습속을 가지게 되었다.
프로필… 거기에서 나는 과거에서 미래로 향한 동적인 모습을 느꼈던 것이다.
거기에는 부정과 긍정이, 애상과 환희가 겹쳐져 있다. 아무리 미운 사람도 그의 ‘프로필’만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어령의 말> 중에서
<인이사이트>
뒷모습은 그 사람의 과거가,
앞모습에는 현재, 그리고 옆모습에는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동적인 모습이 느껴진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누구도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으며,
거울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은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가 뒷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은
지나간 과거보다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마주하며 살라는 의미는 아닐까.
결국 우리는 앞을 보고 걸어가는 존재이다.
뒤를 돌아보려 할 때마다 발걸음이 멈추고,
그 순간 현재도 과거가 되어버린다.
보이지 않는 뒷모습에 연연하기보다는
지금 이 걸음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삶일 것이다.
모든 창조는 던지는 거야.
‘돈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하는 건 의미가 없어.
‘천금을 줘도 할 수 없습니다’ 하는 걸 시도해야지.
방황을 두려워하지 말아요.
방황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찾고 있다는 것.
그 어지러운 곡선들은 먹이를 찾는 상상력의 흔적. 어디엔가 숨어 있을 보물을 발견하려는 탐색의 열정이지요.
미래는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
그렇다고 역사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지.
그 비전이 천천히 오더라도 오늘 그것을 보여줘야 해.
<이어령의 말> 중에서
<인이사이트>
꿈을 실현하는 데는 지식보다
도전하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
앎이 많아도 실행하지 않으면 지식으로 끝나고,
행동하면 현실로 이루어진다.
비록 명확한 답이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걷고 방황하며 미로의 끝을 찾아가거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무언가를 향한 열정과 용기는
오직 내 안에서 시작될 수 있기에
그 시작점도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다.
거창한 꿈이나 목표가 아니어도
내 안에 수집해 두었던 작은 꿈들을
하나씩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너, 우리가 공생할 수 있는 철학을 담은 책,
<이어령의 말>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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