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설을 멀리했던 이유는 모호한 표현이나 현실감이 낮은 이야기로 인해 이입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상에 기반하여 쓴 공상 소설들조차도 미래에는 현실이 되는 경우들을 수 없이 보고 나니 소설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스토너>, <동물농장>과 같은 소설들을 읽게 되면서, 오히려 소설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여 인간세계의 축소판으로 만들어 두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모르면 알아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모르는 채로, 편협한 생각의 한계에 머물게 했던 지난 시간을 반성하면서.
소설을 통해 세상에 눈을 뜨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시간.
오늘의 1독 일본 현대소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함께한다.
저자 - 다자이 오사무 (太宰治)
다자이 오사무(일본어: 太宰 治, 1909년 6월 19일 ~ 1948년 6월 13일)는 일본의 소설가이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일본어: 津島修治)인데, 필명을 쓴 까닭은 쓰가루 지방(아오모리현 서부) 출신인 스스로가 본명을 읽으면 쓰가루 방언의 영향으로 지시마(チシマ)로 들리지만 이 필명은 방언투로 읽어도 발음이 그대로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1936년(쇼와 11년)에 첫 작품집 『만년(晩年)』을 간행하였다. 1948년(쇼와 23년)에 애인 야마자키 도미에(山崎富栄)와 함께 다마가와(玉川) 죠스이(上水)에 투신자살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달려라 메로스(원제: 走れメロス)」, 「쓰가루(津軽)」, 「옛날 이야기(お伽草紙)」, 「사양(斜陽)」, 「인간실격」이 있으며, 사카구치 안고・오다 사쿠노스케(織田作之助)・이시카와 준(石川淳) 등과 함께 신희작파(新戱作派)・무뢰파(無賴派) 등으로 불린다.
내가 지니고 있는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 모두가 지니고 있는 행복의 관념이 전혀 다른 것에서 생기는 불안, 나는 도대체 행복한 것일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행복한 놈이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나 자신은 항상 지옥과도 같은 느낌이 들며. 오히려 나를 행복한 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쪽이,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안락하게 보였다.
나에게는 재앙 보따리가 열 개나 개나 있어서, 그중의 하나라도 옆 사람이 젊어지게 된다면, 옆 사람은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목숨을 잃게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익살이었다.
나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그런 주제에, 도저히 남들과의 교제를 끊을 수가 없었다.
겉으로는 항상 웃음을 지으면서도 내심으로는 필사적인, 그야말로 줄타기와도 같은 위기일발의, 진땀 나는 서비스를 했다.
<인간실격> 중에서
<인사이트>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인 <인간실격>은
그의 생애와 비슷한 이야기가 주인공 요조의
삶에 투영되어 있었다.
중학생 정도의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을 통달한 듯한 표현들,
그중에서도 야비하고 속물적인 인간상에
적대감과 공포감을 느끼지만 그것마저도
익살스러운 웃음으로 꽁꽁 숨겨버리는 모습.
그야말로 '가슴이 썩어 문드러진다'라는 말이
딱 맞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을 숨기고 산다.
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속에서는 울 수 있고,
겉으로는 울고 있으나 속에서는 웃고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연민과 동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겉으로 보이는 타인의 '형상`만을 판단하여
"애처롭다, 도와주고 싶다"라며
내 마음대로 표현하지 않아야겠다고.
나의 연민과 동정이 상대에게는
바라지 않았던 관심이자 혐오스러운 행위일지도..
그런 마음을 숨긴 채 익살스럽게 웃어 보일지도..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것에
섣불리 '호의'를 내세우지 말고
타인의 삶을 섣불리 '동정'하지도 말기를.
내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는 그녀도 일어나서 내 지갑을 들여다보았다.
"어머나, 겨우 그것뿐이에요?"
무심코 한 말이었지만, 처음으로 내가 사랑한 사람의 목소리였던 만큼, 타격이 컸다. 그것은 내가 예전에 미처 맛보지 못한 기묘한 굴욕이었다. 도저히 살아 있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필경 그 당시의 나는,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딱지를 떼어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 자진하여 죽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날 밤, 우리들은 가마쿠라 앞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죽었다. 그리고 나만 살아남았다.
<인간실격> 중에서
<인사이트>
사람들은 저마다의 '역린'을 가지고 있다.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을 때,
도저히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리는 것 말이다.
요조에게 있어서 역린은 '무능력'이 아니었을까.
집안의 배경이나 재정적 지원이 아니면
혼자서 살아갈 수 없음을 드러내기 싫었던.
곪고 곪아 터지기 직전의 역린을 건드린 것에
대한 잘못 보다, 스스로 그 상태가 되도록 방치하고
외면했던 자신에 대한 벌로
스스로 죽기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것은 일순간에 생긴 마음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왔던 마음이 준비가 되어 터졌을지도.
우리에게는 지켜야 할 역린이 있다.
타인으로부터 지켜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지켜내야 할 내 몫.
무너지기 전에 알아차리고 지켜내기를.
모르핀 주사액이었다.
술보다는 해롭지 않으리라고 아주머니도 말했고, 나도 그러리라고 믿었다.
아무런 주저도 없이, 나는 내 팔에, 그 모르핀을 주사했다. 불안도, 초조도, 수치도, 깨끗이 사라져, 몸이 쇠약한 것도 잊고 만화 그리는 일에 열중하게 되어, 스스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신기한 발상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하루에 한 차례만 놓겠다던 것이, 두 차례가 되고, 네 차례가 되었을 무렵에는, 나는 이제 그것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약품도 역시, 소주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끔찍하고 불결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나는 완전한 중독 환자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약품을 얻을 생각에, 또다시 춘화를 베끼기 시작하였고, 또한 그 약국의 불구자 아주머니와, 문자 그대로'추잡한 관계'계를 맺었다.
<인간실격> 중에서
<인사이트>
술과 여자, 종국에는 약물 중독까지 이르며
자신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딘가 안쓰럽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에
여자들은 끊임없이 요조에게 다가오지만,
그 속에서 안정감보다 공허함이 커져가는 듯하다.
누군가와 함께한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인간으로서의 고독함과 공허함은
채울 수 없는 본질일지도 모른다.
그 어느 곳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삶 끝에 마주한 중독이라는 현실.
그 씁쓸함에 고개가 떨궈진다.
나의 불행은, 거부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다.
신에게 묻노라. 무저항은 죄악인가?
이미 나는 완전히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인간실격> 중에서
<인사이트>
어쩌면 이리도 처참한 자전 소설이 있을까.
나는 내심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으며
나 역시도 이러한 자전적 소설을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만의 치부,
처절한 삶과 회의적인 관점,
인간관계에 대한 무용함과 고독에 대하여
나의 경험과 시선으로 써보는 글...
10대 시절 일기장에 숨겨두었던 속 마음과
이제껏 누구에게도 내비치지 않았던 이면을
다자이 오사무처럼 거침없이 쓸 수 있을까.
오히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그보다 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며.
인간의 보여주지 않는 이면을 적나라하게 담아 내
거북하면서도 공감하게 되는 책,
<인간실격>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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