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내가 세상을 등지고, 세상도 나를 등지는 듯이 하는 일마다 꼬이고 실패하고 왜곡되기를 반복하면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더 나빠지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번아웃 진행 과정은
희미하게 스며들었던 1~2년을 지나,
감정과 현실의 뒤틀림 속에서 혼란을 겪던 3~4년 차,
그리고 어렵사리 고립의 동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아줄을 잡고 안간힘을 다해 땅 위로 올라오려 애썼던 5년 차.
기나긴 시간을 지나고 보니모든 것이 경험으로 남아 있었다. 번아웃을 겪지 않았다면 평생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을 통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고,
번아웃이 아니었다면 차일피일 미루다 시도하지 못하고 평생 숙제로 남았을 버킷리스트들을 대부분 이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회생활도 하지 않은 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마치 삶을 갉아먹는 것만 같기도했지만, 돌아 보니 내가 갉아 낸 것은 살이 아니라 나를 덮쳤던 번아웃의 잔재들이었음을알았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여도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현재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빚어가는 중일 뿐이다. 또한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의기소침할 필요 없다. 어떻게 쓰일지 모를 그 용도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믿으면 된다.
'자생력 (自生力)'
사람은 힘든 상황이 와도 살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능력이나 힘이 있다.
그러므로 무기력과 우울감, 좌절감 등이 몰려와 감정을 벼랑 끝으로 내몰더라도 쉽게 자신을 버려서는 안 된다.
번아웃이 지나가기 전까지, 세상은 암흑이며 햇빛은 볼 수 없을 것만 같지만, 자연의 이치는 그렇지 않다.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달이 뜨면 해가 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지는 순간과 뜨는 순간이 반복될 뿐이다.
어느 한순간에 매몰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 것이 번아웃도 우울감도, 무기력도 이겨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며, 그렇게 지켜낸 삶은 언젠가 해가 뜨고 다시 빛이 번질것이다.
내가 경험한 극복 방법법 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독서와 글쓰기'였다.
책을 읽고,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짧게라도 정리해서 써보는 것이다.그러다 보면 과거의 어떤 일에 대한 회고가 될 수도 있고, 현재의 계획이 될 수도 있고, 미래의 포부나 꿈을 써 내려갈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떠오르는 것을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적어보면 된다.
처음부터 많은 양의 책을 읽고 써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제풀에 지쳐버릴 수 있다.
그날그날 편하게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서 매일 읽는 것이 중요하다.그러다 보면 3일이 한 달이 되고, 세 달이 되어, 1년을 지나면서 번아웃은 더 이상 내 앞을 가리지 않게 된다. 이것은 나의 경험이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던 독서, 며칠도 못 갈 것이라 예단했던 것과는 달리 번아웃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책을 더 붙들게 했고, 글을 쓰고 나를 돌아보며 스스로 치유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독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매일 책을 읽고 독서 인사이트를 블로그에 남기면서 이웃들과 소통하고, 4개월 정도가 되니 이웃수가 5천 명이 넘어갔다. 그리고 책에서 얻은 좋은 내용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짧게 공유하며 웰씨킴 채널도 만들었다.
10개월이 지나며, 나의 지난했던 번아웃과정과 독서를 통해 극복한 이야기를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책 출간이라는 꿈이 여물었고 원고를 조금씩 써내려 갔다. 그러던 중, <나는 매일 두 번 출근합니다>를 읽으며 브런치북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다음 날 신청 후 하루 만에 브런치북 작가로 등록이 되었다.
단 하루 만에는 단 하루가 아닌, 지난 1년의 독서 블로그 글들과 유튜브 등이 증빙 자료가 된 결과물이었다.
만약, 책을 읽지 않았다면,
만약 책을 읽고 블로그에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써보지 않았다면,
과연 작가의 꿈, 책 출간의 꿈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번아웃의 모든 과정이 책의 소재가 되었고, 나만의 색을 입힐 수 있게 해 주었다.
결코 번아웃은 시련으로만 다가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어릴 적 꿈꾸던 작가와 동기부여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경험의 시간을 준 것이었다.
지나고 보면 알게 된다.
그러니 지나고 볼 때까지, 지금은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책을 통해 막힌 생각을 새로운 생각들로 순환 시켜주고, 생산된 새로운 생각과 에너지를 글로 발산하다 보면, 곧 번아웃이 당신의 그림자 뒤로 보이지 않는 날이 온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