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겨울방주의 생각
혐오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감정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말입니다. 정말로 보기 힘든 상황을 목격하거나, 참을 수 없는 참상을 목도하게 된다면 누구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혐오의 감정이 피어오를 것입니다. 저도 2024년 10월 26일 밤 10시 20분경 서울의 어느 지하철역에서 외국인 남성이 여성 코스프레를 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런 정도의 혐오감정은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보편적인 것입니다.
다만, 그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을 법한 혐오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염시키거나 혐오를 강요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혐오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 제20조 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제22조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등 많은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침해할 수 있단 말입니다.
네. 사람은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나의 현상을 목도할 때, 어떤 사람은 '에이,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가는 반면, 다른 사람은 '아, 뭐야...' 하고 싫어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오, 좋은데?'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즉, 하나의 현상을 보고 여러 시선과 생각, 그리고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한 존중이 항상 필요합니다. 그래야 일어나지 않아도 될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2024년 10월 27일 벌어진 한국교회의 차별금지법 시위에 대한 저의 생각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실망 그 자체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교회는 혐오와 차별의 세력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지, 결단코 남을 혐오하거나 정죄, 미워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게다가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셨습니다.
또 성경에 보면 유대인들이 간음한 여자를 현장에서 체포하여 예수님 앞으로 끌고 와 여인을 어찌할 것인지 묻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독교는 하나님, 예수님의 이름 아래 온갖 혐오와 차별 행위를 일삼아 왔습니다. 이번 집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이해 못 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악에 대한 규정을 우리가 스스로 지을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를 정죄할 수 있는지,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소돔과 고모라 같은 세상이라고 욕하기 전에 우리 마음이 소돔과 고모라와 같지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들이 주장하는 대로 차별금지법이 통과된다면, 동성애나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할 경우 감옥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어디에 무슨 법적 근거가 있는가요? 법적 근거도 없이 단순히 선동을 할 수 있는가요? 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인가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그동안 해 왔던 발언들을 통해 자신들이 높아지는 느낌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어서? 자기 교만을 더 이상 드러낼 수 없어서?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을 높이지 못할 것 같으니 아예 자신들의 성도를 가스라이팅해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저 역시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지만, 이런 식의 혐오나 차별은 끝이 없다고 봅니다. 지속될 경우 사람들은 교회에 대해 오히려 적대감과 혐오감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되면 저 역시 교회 다닌다고 주장하며 혐오를 일삼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습니다.
혐오의 감정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타인에게 혐오의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거나, 강요하게 되면 그것이 자기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자신의 혐오발언으로 인해 자신이 공격당할 수 있고, 배척을 당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곳의 단톡방에도 그런 짓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피곤하다고 그만해 달라고 정중하게 읍소했습니다. 저 역시 정중하게 읍소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열폭한 나머지 스스로 나가버렸습니다. 생각할수록 두고두고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그런 적이 있기에 더욱 창피하고 수치스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