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외발 자전거

by 정경진 Feb 09. 2025


맥락 없이 연을 만들었다.

쓰레기장에 버려진 댓살과 얇은 종이를 가지고 초등학교 때도 잘 만들지 않은 연을 만들었다.

내가 하늘을 날고 싶은 거였는지..

나는 완성된 연을 가지고 갈대습지공원 넓은 공터에서 날리고 있는 나를 상상했다.

 

출근 시간에 맞춰 누구보다 성실하게 그렇게 회사를 출근했고, 한창 더 배워야 하고 갓 사원에서 일을 배워 진급을 앞둔 때였다.

선임자였던 이 과장님은 동료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사람이었다. 일 처리도 깔끔하여 군더더기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부분이 없는 나에게 바로 윗 사람인 이 과장님은 나의 모델이었다. 회식 자리에서도 배 대리나 술자리에서 소문난 여사원 김 00씨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1차 벤더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다. 아니 나라도 그런 사람이라면 회사에 스카우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소문이 돈 며칠 후  이 과장님은 나를 차 한잔하자면서 휴게실로 불렀다. 어차피 거래하고 있는 회사는 알고 있었고, 더 좋은 처우로 회사를 옮기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기회 되면 나에게도 좋은 자릴 찾아보겠다는  그 말이 나로서는 보험을 하나 더 계약한 느낌이 들었다.

며칠 뒤 이 과장님은 회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렇게 떠났다.  몇 주 동안 나는 선임 없이 개발영업팀책임자 역할을 했지만 인사 과장님은 곧 새로운 사람이 뽑힐 거라며 긴장하는 나를 안심시켰다.



주말이면 이직한 이 과장님은 외발자전거를 타셨다. 한 번은 회사 주차장에서  차 트렁크에서 외발자전거를 꺼내 보이며 시범을 보이는데  참 여러 가지 능력자라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그 외발자전거 탈 여유가 생긴다면 타보리라 결심했다.

2주 뒤 인사과장과 면접을 보러 오는 나의 사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사장/부사장과의 면담 후 가전 회사에서 품질 관리를 맡아 담당했던 신 00과장이 나의 사수가 되었다. 키도 작고 살짝 촌스러운 모습에 또한 이 분야에 전혀 알지 못하는 분이 나의 사수라 하는데 좀 마음이 무거웠다. 오히려 내가 그 일을 가르치고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있었다. 술을 안 먹는 나에게 그는 마음 열기를 시작하려는지 술 한잔하자며 친해지려 노력하였다.  그런 술자리를 못 이기는 척 가서 난 그 사람의 하소연과 과거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난 앞으로의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잘 나갔던 그의 과거가 초라해 보였는지 모르겠다.  몇 번의 의견 다툼으로 싸늘해진 감정과 길들여진 타 회사의 분위기에 대해 서운했는지 그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져 갔었다.

사표를 썼다. 정든 동료들과  헤어짐은 참 슬펐다. 인사과장은 어디서 제의가 들어왔냐 했지만 아무런 제의가 없었기에 멋있게 거짓말도 할 수 없었다. 정을 들이는 만큼  내 마음을 남기는 것인데, 나는 그렇게 또 내 마음을 남기고 사직했다.

몇 년 뒤 회사 근처로 볼 일이 있어 지나가며 쳐다보는데 다른 것은 하나도 생각 안 나는데 이 과장님의 외발자전거가 생각났다.  이후 나는 자동차 분야 쪽에 일을 하지 않았다. 업계가 실제로 좁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 내가 근무했던 ds 회사는 내가 퇴사하고 무리한 문어발 경영으로 2년 뒤 부도 처리되었다. 그렇게 건실했던 회사가, 오히려 더 확장되리라는 기대가 되었는데...잠시 지나가는 길에 들르면 차 한잔 얻어마실 수 있겠다 생각했던 회사였는데 그렇게 쉽게 사라질지 몰랐다.

 

 연을 날리면 나는 내가 연이 되어 나는 듯했다. 더 높게 더 높게  올라가면 한정된 실타래의 끝을 만난다.  끝을 만나고 실에서 전해져 오는 높이의 무게와 바람의 힘을 느낀다. 오히려 높이 오를수록 고요하다. 흔들림이 없다. 낮으면 낮을수록 아래에서 비상하기 위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숨 막히게 뛰어야 한다. 그러나 안정권에 들고나면 그다지 할 것이 없다. 그저 높은 곳에서 멀리만 보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 과장님도 외발자전거의 스릴을 느끼며 그런 여유를 즐겼겠지 이제는 나도 연을 날린다. 더 잘 나는 기술 없이도 그저 바람에 맡긴다. 어릴 땐 왜 그렇게 허둥지둥 실수하며 하늘을 봤는지...

작가의 이전글 아리옹 치멕과 병원을 갔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