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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씅쭌모 Oct 03. 2024

속깊은 20대 아들이 엄마랑 대화한대요(6)

출산율

  오늘 자(2024.9.10.)기사 중에 "출산율 꼴찌 한국, '개모차' 판매 급증" 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서 읽어봤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반려동물 수는 늘면서, 반려견을 태우는 ‘개모차’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를 넘어섰다는 보도를 했더라구. 엄마가 찾아보니까 작년 연간 출산율이 0.72명으로 심각한 수준인데 올해는 그마저도 유지하지 못하고 0.6명대로 떨어질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했어. 반려견 등록은 2018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출산율은 바닥을 모른 채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거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엄마가 태어난 해는 약 92만명, 니가 태어난 2001년은 약 56만명, 작년은 약 25만명의 아이가 출생했어. 30만명대 출산은 3년도 유지하지 못하고 2020년부터 20만대에 머무르고 있더라구. 너도 결혼, 육아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 봤을 것 같은데 이렇게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는 저출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니?




  요즘 결혼하는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가 제일 크지 않을까요? 엄마 세대만 하더라도 결혼을 하면 아이 낳는 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원하는 거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보다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아요.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없다보니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도 생기구요. 그리고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둘이서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아이까지 낳아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 있나 이런 생각도 하는 거 같아요.

  두 번째로는 현실적인 문제도 크죠. 아직까지 취업난 심하잖아요. 그것도 그렇고 여성 입장에서 봤을 때, 지금이야 지원책을 많이 마련한다고 얘기는 하고 있는데, 출산휴가를 쓰는 부분에서 눈치를 본다든지, 경력단절을 걱정한다든지 하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잖아요. 예전에 비해 여성이 집에서 가사와 육아에만 전념하는 시대가 아니기도 하구요. 남녀 똑같이 직장생활을 하는데 누구든 육아휴직을 할 경우 경력 단절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죠, 지금 봐봐요. 이미 우리나라는 젊은 세대가 부족해요. 그러니까 정부에서도 ‘복지’ ‘복지’ 하지만 계속 노인 인구가 많아지기 때문에 20~30대 세대들이 부담해야 될 국민연금이라든지 아니면 세금이라든지 인상될 게 뻔히 보이잖아요. 당연히 그럴 거예요.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그게 사실 일시적인 경우가 되게 많잖아요.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또 달라지게 되고. 이런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경제적으로 내가 더 힘들어지면서까지 아이를 키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고 봐요.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아지는 거 아닐까요?




  그럼, 요즘 젊은 세대들은 왜, 결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삶 보다는 자기만의 생활을 즐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거 같니? 그렇게 가치관이 변화된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니까 가족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행복보다 개인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삶이 더 행복할거라고 믿는 이유가 궁금하네. 니가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너도 그 세대에 속하니까 들어보고 싶은 거지. 하하



  그게 사회 인식 변화가 제일 크게 작용했다고 봐요. 지금은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되다 보니까 동성애자 경우에도 당당히 커밍아웃하잖아요. 최근 페미니즘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전에는 여성들이 정치, 경제, 문화적 면에서 불이익이나 차별을 당해도 그냥 참고 지내다가, 이제는 우리 사회 인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잖아요. 그래서 마땅히 누려야하는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구요. 개개인의 인식 수준이 변화되다 보니 그런 사람들이 모인 사회 인식의 변화도 커져서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기성세대가 만든 시스템에 순응하며 살기보다는 자기만의 속도, 개성대로 살고 싶어해요. 사회 구성원 중에 하나인 '나'로 인식하기보다는, '나'라는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생각으로의 변화라고 하면 될까요? 그러니까 결혼, 출산도 자신의 의지와 생각이 중요한데 그것을 남이 왈가 왈부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인식이 생긴거죠.



  그렇구나. 그런데 또 궁금한 건, 지금 너희 세대는 세계가 다 통하고 있잖아. 글로컬 시대라고 할만큼 말이야. 물리적으로는 멀지만 SNS로 소통하면서 이웃처럼 가깝게 지내기도 하고. 지금 니가 하는 그 생각(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순응하기 보다는 자기의 생각과 의지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 자신을 오롯이 돌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단지 대한민국 청년들만의 생각은 아닐 거거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우리나라 청년들만 잘하는 건 아닐 테고. 근데 유독 우리나라 출산율만 가파르게 떨어지는 이유가 뭘까?

사고(생각)가 자유로운 프랑스만 해도 출산율이 1.8 정도이고 독일은 오히려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된 세상에서 너희들은 거의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아가잖아. 그러니까 청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느끼는 가치관이 각 나라별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왜 우리나라는 좀처럼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거지?



  그렇죠. 청년들의 가치관이나 인식 수준은 뭐 비슷하겠죠? 근데 유럽의 선진 국가들이랑 우리의 차이점은 뭐냐면, 거기는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을 이룬지 꽤 오래됐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복지 정책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요새 그 출산 관련된 복지 정책들을 살펴보면 그냥 되게 뻔한 게, 다 돈이에요. 몇 명 낳으면 몇 억 지원해 주겠다. 이게 다예요. 그거 말고는 별 게 없어요.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거 있잖아요. 출산 휴가도 주겠다고 하지만, 법으로 딱 정해서 무조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권고사항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러면 어떤 회사가 그걸 지키려고 노력하겠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그런 부분에서 출산은 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복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울 때 당연히 돈이 필요하죠. 돈 없으면 못 키우잖아요. 근데 그거 말고도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키우겠어요? 재정적 지원 외에도 육아휴직 필수제도, 입학 전 돌봄서비스 정책이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되면 내가 아이를 낳아도 되겠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요? 그러면 독일처럼 출산율이 조금씩 증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거대한 틀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오래 걸리는 일인 만큼 정책도 신중히 정해서 꾸준히 실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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