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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씅쭌모 Oct 19. 2024

속깊은 20대 아들이 엄마랑 대화한대요(7)

자기소개

며칠 전에 '자기를 소개해보세요.'라는 질문에 답하는 글을 쓸 일이 있었어. 

역할(엄마, 아내, 딸, 누나, 고모, 작은엄마, 며느리 등)이나 직업으로 자기를 말한다면, 이런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에 엄청 많잖아.

그리고 태어나는 순간 반드시 부여받게 되는 성별, 국적, 피부색, 고향, 생년월일 등, 이런 것들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틀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쓸 수 있는 요소이니 차별성이 없구.

그러면, 성격, 기호, 적성, 능력 등을 말하면 좋은 자기 소개인가?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도 해봤어. 만약에 지구상의 70억명 모든 사람들의 성격이나 기호, 적성, 능력을 빠짐없이 나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서 정확히 나한테만 있는 어떤 것이 발견되면 완전히 차별된 '나'를 찾는 거지.

불가능한 일이지만 상상해보니 재미있더라구.

생각 끝에 엄마는, 살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현재 내가 주로 하는 생각, 그 생각 끝에 하고 있는 일, 그 일을 어떻게 발전시킬 지 등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글을 썼어.

만약, 누군가 너한테 너를 소개하라고 한다면 뭐라고 말하겠니?



입시 때 자기소개서를 쓴 이후로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쓰거나 말할 일이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우선 제가 가진 배경이나 스펙은 진짜 나를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그건 나를 아는 누군가가 대신 말해줄 수도 있는 거니까. '자기소개'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성격'이예요. 이상하게 단점부터 생각나네요. 

아무래도 내향적인 성격이다 보니 적극성이 좀 떨어지는 편이에요. 때문에 남들 눈에 띄기가 쉽지 않아서 사회성이 결여되어 보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의 이런 내향적인 면이 가진 좋은 점도 많아요. 

차분하다, 신중하다, 성실하다, 꾸준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거든요. 엄마도 동의하실 거라고 봐요. 여기까지만 말한다면 지구상의 30억명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하는 소개가 되겠죠?

그러나 30억명 정도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성격의 소유자라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를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작년에 '대전 오월드'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사교성이 떨어지는 편이라 동료알바생들과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가뜩이나 친화력이 좋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려니 더 힘들었거든요. 

그래도 맡겨진 일을 한결같이 해낸결과, 3개월만에 '우수사원상'을 받았어요. 

상을 받은 것 보다 더 좋았던 것은 동료알바생들도 그럴만하다고 인정해주었다는 점이예요. 

그때 저는 제가 가진 꾸준함, 성실함, 책임감 같은 장점이 일과 결부되어 만족스런 결과를 냈을 때 저의 경쟁력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능력' 면을 소개할 거 같아요. 저는 어디서든 잘 적응해요. 

초등학교 때 전학을 네 번이나 했잖아요. 그러다보니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중학교때 엄마가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는 2박 3일 캠프를 보낼 때도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하하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성격, 능력 같은 것이 타고나기도 하지만 속한 환경에 따라 후천적으로 길러지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갑자기 궁금해지는 것은, 갓 태어난 아기들의 자아는 어떻게 설명할까요?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로 밖에 설명이 안되겠죠?

그렇다면 '나'라는 건 살아가면서 처한 환경에 따라, 외적인 것도 내적인 것도 계속 변하는 거니까, 자기에 대한 설명은 죽는 순간까지 달라지겠네요 어쩌면 죽는 시점에서 자기를 가장 정확히 말할 수 있을거 같아요



너의 논리대로라면 그게 맞을거 같네.

그런데 니가 말한 것 중에서, 갓 태어난 아기들의 자아? 그것도 궁금해지네. 

일란성 쌍둥이들은 유전자가 완전히 같잖아. 

그런데도 몇분 차이로 세상에 나오는 그때에도 쌍둥이들의 생김새는 이상하게 조금 다른 거 같거든. 

태교의 영향일까? 태교가 영향을 끼친다면 태아도 자아가 있는건가?



엄마 뱃속에서 자리하는 위치가 다르잖아요. 

그것도 태아에게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다를까요? 

진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은 아무리 얘기해도 끝이 없을 거 같아요. 

이 주제는 여기서 마무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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