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서로의 인생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녹음을 하려고 하니 작은 아들이 손사래를 치며 온몸으로 강하게 거부하더라구요. 하하하 역시, 고등학생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는 형이 좋아하는 영화도 본인이 대신 얘기하겠다며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모두를 웃겼습니다.
아래는 짧게 오간 작은 아들과의 대화 내용입니다.
엄마는 '나의 아저씨'를 인생 드라마 라고 할만큼 감동적으로 봤어.
드라마가 끝났을 때, 내가 동경하는 동네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거 같은 아쉬움에 많이 허전하기도 했지.
어두운 배경, 힘겹고 거칠어 보이는 여주인공의 삶을 다루는 드라마로 생각해서 별로 보고 싶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하도 보라고 해서 보기로 결심까지 했어.
왜냐하면 드라마가 너무 길었거든.
다 보고나서는, 다들 왜 그렇게 추천했는지 알 수 있었어.
엄마한테도 아저씨 같은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지혜롭고 따뜻한, 너무나도 이상적인 어른이었거든. 우리 주변에 그렇게 담백하고 지혜로운 어른이 있을까?
드라마에 나오는 아저씨는 여주가 살아온 거친 삶, 사람들에 대한 적대적 감정, 마음을 좀처럼 열지 않는 차가움, 무뚝뚝한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 이런 모든 것에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바라봐 주고, 인생선배로서의 조언이라고 포장하여 주제넘게 그 인생에 끼어들지도 않아. 멋지지 않니?
너도 나중에 입시 끝나고 편한 마음으로 한 번 봐봐. 쭌은 인생 영화가 있나?
저는 바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화만 지금까지 8번 이상 봤어요.
아~~ 리틀포레스트? 하하하하하. 니가 그거 보고 있는 거 엄마가 정말 많이 봤지. 그 영화가 왜 그렇게 좋아?
그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시골 배경이 주는 편안함이 있잖아요.
내가 테마파크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거든요.
테마파크에서는 다른 생각없이 그냥 즐기면 되고, '리틀포레스트'도 보면서 힐링이 돼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영화가 마음 졸이면서 보거나,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영화거든요.
그런데 '리틀포레스트'는 마음 졸이게 하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주지 않고 그저 편안하게 감상만 하면 되거든요.
이제는 하도 많이 봐서 몇몇 대사는 외우기도 해요.
배우가 대사할 때 니가 같이 따라하는 거 보면 진짜 웃기거든.
엄마도 니가 하도 많이 말해서 기억하는 게 있거든.
"곶감이 벌써 맛있어졌다는 건 겨울이 깊어졌다는 뜻이다." 하하하
오우, 정확해요.
그리고 이제 뭔가 빌딩숲으로 둘러쌓인 도시가 아닌, 새로운 세상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뭘 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그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테마파크를 좋아했던 건데, 그거를 영화로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있게 된 거예요. 리틀 포레스트 덕분에. 그래서 '리틀포레스트'가 최애 영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