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은 평생 하지 않을 거 같았는데 그 재미에 푹 빠져있고, 크고 화려한 꽃 보다는 무성한 잡초 사이에 수줍게 고개내민 이름 모를 작은 꽃에 눈길이 가거든.
그리고 샐러드를 싫어했던 내가 녹색잎이 없으면 아침을 제대로 먹은 거 같지 않고, 식당에서도 샐러드를 꼭 시키고.
아메리카노에 달달한 디저트는 국룰인것처럼 같이 먹었는데, 지금은 단 음식이 많이 당기지 않아.
너는 휴학하면서, 아니면 고등학교 때 비해 달라진 게 있니?
달라진 게 있죠. 제일 큰 변화는 시간가는 속도인거 같아요.
고등학교때도 지금처럼 정해진 루틴이 있었다는 것은 다르지 않은데 그때는 기숙사 생활을 했으니까, 자유시간 틈틈히 애들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거나 놀러 다니면서 한 주간을 알차게 보내는 느낌이라 시간이 빨리 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일상이 단조롭고 활동도 다양하지 않다보니, 그러니까 고등학교에 비해 하는 것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시간이 훨씬 빨리 가는 느낌이예요.
고등학교때는 느리게 가던 시간이 지금은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거구나.
그게 지금의 단조로운 일상 때문에 그런거라고 생각하고 있구.
오히려 고등학교때가 더 심플할거 같은데 그렇지 않네. 그럼 대학가서 대학생활을 할 때와 휴학하고 있는 지금과의 차이는 있니?
작년까지는 학교를 다녔잖아요.
공부할 양이 너무 많다보니 놀 시간이 충분히 확보가 안됐어요.
그래서 여유가 될 때 일부러 영화관도 다니고, 집 바로 옆에 있는 독서실보다는 한 시간 걸려 가야하는 본캠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기도 했거든요.
지금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전공 공부'가 사라지고, 조금씩 시간내서 했던 일들은 오히려 마음껏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재미가 덜하더라구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올해 책을 가장 많이 읽은 거 같아요.
그리고 원래는 운동하기를 엄청 싫어했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하고 있구요.
별로 좋아하지 않던 독서나 운동을 하는 이유는 유익한 뭔가를 한 두가지 꾸준히 하는게 좋겠다 싶어서예요.
니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 지를 생각하며 살고 있네.
그러면 일상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작은 변화 같은 건 없니? 엄마가 예로 든 것처럼.
휴학해서 지금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전, 고등학교부터 타지에서 생활을 해 왔는데, 누구도 식단에 대한 간섭을 하지 않으니까 야식을 마구잡이로 먹었거든요? ㅋ 특히 작년 시험기간 같은 경우엔 시험 3~4일 전부터는 공부 끝나고 11시, 12시 사이에 야식을 시켜먹었던거 같아요. 같은 식당에서 3일 연속 시켰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올해는 식단에 대한 통제나 조절이 있잖아요.
영양상태도 좋아지고 운동도 하면서 활기도 생긴거 같아요.
먹고 싶은 것을 많이 절제하기도 해요.
이틀에 한 번꼴로 야식을 먹던 제가, 많아봐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잖아요.
그리고 작년까지는 시사,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 조차 공부라고 느껴서 들여다 볼 생각을 전혀 안했는데, 올해는 시간이 생기다보니 하루에 30분 이상 투자해서 뉴스를 챙겨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