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가 소아시아로 가서 페르시아, 이집트, 페니키아, 인도까지 점령하고나서 자신이 정복한 영토를 지배하는 방식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은 정복한 땅을 자기 나라처럼 만들려고 거주민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상하관계를 엄격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한때 유럽까지 정복했던 훈족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구요.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달랐어요. 그는 지배 영토 확장 자체에만 목적이 있었기에 식민지 거주민들의 삶을 억압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울 점들은 받아들이려는 수용적인 태도도 보였어요.
엄마가 보시기에는 이 식민지배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세요?
영토를 빼앗긴 거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상대에 대한 적대감, 분노, 두려움, 공포같은 게 있을 거 같네. 그런데 알렉산드로스의 정책은 빼앗긴 나라 사람들을 억압하는 공포정치 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심지어 배울 점을 수용하는 관대한 정책을 폈으니, 저항이 더 작지 않았을까? 민족문화를 말살하는 등의 정책으로 동화시키려고 하는 것 보다는 더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도 엄마 말씀에 동의해요. 그런데 그리스를 살펴보면 아테네, 스파르타 등 도시 국가 형태로 독립적 자치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견제도 많고, 때문에 피도 많이 흘렸잖아요.
무튼 정복한 나라 입장에서 보면, 각 나라들의 문화를 수용하고 자치 시스템을 허용하다가, 오히려 반란의 불씨가 되어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꽤 클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윤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공포 억압 정치가 오히려 사회의 안정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억압, 공포, 통제 등의 지배 방식이 거주민이나 시민들을 다루기에는 쉽겠지.
겉으로 보기에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고.
그런데 이런 통치 방식은 오래 가기 힘들어.
사람들이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얻기 위해서 피흘리면서까지 싸운 역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있잖아.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고.
윤리적인 부분을 떠나서 단지 통치방식만 놓고 보더라도 그 방법이 절대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거지.
그런 지배하에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경직되고 제한적이어서 '발전', '성장'을 불가능하게 만들지.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목표의식 없이 하루하루를 무사히 견디며 사는 것을 인생이라고 여기며 살지도 모르지.
그래서 엄마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유'라는 가치가 의미있고 중요할지라도 그것만 강조하다보면 무질서하게 보일 수 있고, 적절한 '통제'는 사회 질서를 유지시키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게 주요한 통치방식일 때는 더 큰 저항이 생길거야.
물론 균형을 유지하며 살라는 말은 구체성도 없고, 실체도 없는 모호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균형'을 잡는 능력이 정치 능력이 아닐까?
엄마 말씀 들어보니 저도 국가라는 개념이 탄생한 이유가 균형 유지를 위한게 가장 크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통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명백한 것 같아요.
단, 정도가 지나치면 국가가 시민보다 우선시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수준을 유지하는게 가장 중요하겠어요.
앞으로 저도 역사 관련 서적이나 정치 뉴스 기사들을 많이 찾아보면서 균형 있는 시각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