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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씅쭌모 Oct 19. 2024

속깊은 20대 아들이 엄마랑 대화한대요(8)

진로

전 사실, 초중고를 지나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해 공부를 하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맞는 진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꿈꿔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성적에 맞는 대학에 입학해서 지금, 4년째 재학 중인데, 솔직히 이 전공이 저에게 맞는 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엄마도 원했던 직업을 갖게 된 건 아니라고 예전에 말씀하신 것이 기억나요.

교사를 꿈꿔오신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선생님이 되셔서 25년간 교직 생활을 이어오신 거라고 하셨잖아요.

지금까지의 삶을 되짚어보셨을 때, 그저 상황에 맞게 전공과 직업을 선택해서 사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엄마와 저는 좋아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으로 직업을 택한 것인데 이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여쭙고 싶네요.



엄마는 ‘가르치는 일’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 

누군가에게 뭘 설명했을 때, 이해가 잘 된다는 말을 듣는 게 기분 좋더라구. 

그런데 ‘가르치는 일’을 학원을 통해서 하고 싶었어. 

학원은 의무교육기관이 아니잖아. 

그저 ‘가르치는 일’이 주요 역할인 ‘강사’가 되고 싶었던거야.



학교도 ‘가르치는 일’이 주요 역할 아닌가요?



그렇지. 학교도 가르치는 일이 주요 업무지. 

그런데 학교에서 교사는 지식을 잘 전달하는 역할만 해서는 안돼. 

학습된 무기력으로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고, 개개인의 학습 역량뿐 아니라, 협력하고 공감하는 중요한 덕목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계획해야 해.

게다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공문’이라는 것을 통해 끊임없이 점검받거나 새로운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방과 후에는 학부모님들과의 상담, 학급 운영에 필요한 행정 업무, 그리고 각 교사가 담당하고 있는 학교 업무까지.

이것을 다 잘하기에는 엄마한테 주어진 절대적 시간이 많이 부족하지.

그래도 엄마가 꿈꾸지 않은 직업이었어도 25년간 이어온 교직 생활은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었다고 생각해. 좋은 동료 교사들, 이 직업에 보람을 느끼게 해준 학생들, 엄마가 힘들고 지칠 때, 감사하다는 메시지로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신 학부모님들과의 만남은 오랜 세월 교사 생활을 유지하게 해준 동력이었으니까 충분히 의미 있지.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으로 직업을 택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냐는 너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엄마의 대답은 ‘그렇다’야. 

물론 이 선택이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 보다는 효율성의 문제 같어. 

자기가 좋아하는 걸 잘하기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사이에 갭이 크다면 '잘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일 거 같네. 

잘하는 것을 하다보면 조직이나 기관내에서 인정을 받게 되고, 그런 일이 잦아지면 그 일이 처음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엄마는 니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비록 잘하지 못할지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인생은 효율성만으로 설명되는 게 아니니까.



엄마가 원하던 직업이 아니었어도 나름대로 그 안에서 보람과 좋은 경험을 챙기셨다니 다행이에요. 

다만 교사라는 직종 특성상 수업 외적인 부분들이 너무 많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꽤 컸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좋아하는 일, 또는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았다면, 그걸 해야 한다는 가치관에 맞게, 요새 엄마가 글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저도 제가 선택한 전공외에 진짜 좋아하는 걸 찾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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