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야, 주말이라 엄마 아빠 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자는 걸 좋아하는 너에게 지난 일요일 잠자리는 참 행복했나 보구나. 아빠가 너의 옆에서 항상 묻던 질문들을 이제는 네가 신나서 물으니 가슴이 뭉클하였단다.
너 : 아빠는 오늘 뭐가 제일 행복했어?
아빠 : 아빠는 오늘 너희들과 함께 노는 게 너무 좋았지~ 제일 행복해. 매일 행복해
너 : 오빠는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오빠 : OO(동생)이랑 장난치는 거!
엄마 : 하하. 동생이랑 장난치는 게 제일 재미있었어? 웃기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즐거웠어. 아빠는 네가 대화를 주도하는 사회자가 된 것 같아서 뿌듯하고 대견했어. 4명이나 되는 사람에게 하나씩 질문하고 답을 끌어내는 네가 아빠는 기특하고도 신기했어. 그리고 오늘 네가 해줬던 마지막 이야기는 아빠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너 : 나는 오늘 엄마랑 화장실 가는 게 제일 좋았어. 엄마가 손잡아 줬거든! 엄마가 손을 잡아주면 엄마의 사랑이 나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
둘째야, 어른들은 이렇게 사랑을 느끼지 못해. 어른들은 사랑을 의심한단다. 사랑에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나에게 바라는 게 있지 않을까? 수없이 의심한단다. 그래서 순수한 사랑을 하지 못해. 사랑을 주는 것도 그렇단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을 주는 게 쉽지 않아. 카프카는 변신이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도움 되지 않는 가족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지 이야기했단다. 결국 이야기는 사랑을 주지 못하고 끝이나 버렸어.
그렇지만 너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을 때 의심하지 않는단다. 엄마 아빠에게 사랑을 줄 때 바라지 않는단다. 어른들도 못하는 걸 하는 너의 그 마음이 사랑스럽다.
둘째야, 언제나 지금처럼 조건 없이 사랑하고 조건 없이 사랑받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사랑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사랑만 있으면 어떤 물질적인 것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단다. 너도 사랑의 힘을 지금처럼 믿고 살아가길 바란다.
사랑한다. 사랑의 가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