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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국 Oct 23. 2024

9. 친절한 훈육이 가능한가?

내적동기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어느 집이나 아침 풍경이 비슷할 것이다. 거기다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라면 바쁘디 바쁜 부모와 아침밥을 파인다이닝 코스로 3시간 동안 먹고 있는 느긋한 아이와의 가치관 대립은 피할 수 없다.

아빠 : 갈 시간 다됐어! 가야 해!

아들 : 아빠! 장난감 가져가고 싶어!

아빠 : 지금 늦었단 말이야 그냥 와! 얼른!

딸 : 아빠 난 오늘 드레스 입고 싶어! 이 옷 마음에 안 들어!

아빠 : 안돼 오늘은 그거 입고 가자 늦었어!!


결국 나도 늦고 아들은 장난감을 챙기지 못했고 딸은 드레스를 입지 못했다.


나라고 아이들의 주체적인 선택과 의견 존중을 강조하던 지난 글을 마냥 매일 실천하기는 힘들다. 가족은 어쨌든 공동체이니. 서로를 존중해야 하고 배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이도 사회에 나가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훈육'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되 함께 어울리는 방법과 규율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들 '훈육'이라고 하면 '꾸중하다'를 생각한다. 그러나 육아 전문가들은 친절한 훈육, 공감해 주는 훈육, 기다려주는 훈육을 강조한다. 그런 글과 영상을 볼 때마다 나는 "도대체 이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친절하게 이야기해서 아이가 말을 들었다면 내가 이렇게 화낼 이유도 없었을 거야!" 라며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한탄(또는 핑계)을 하였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몇몇 책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마크 롤랜즈의 철학자와 늑대에서는 늑대를 훈육하는 철학자의 모습이 나온다. 그는 훈련의 핵심이 다른 선택은 없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다. 기싸움으로 굴복시켜 비참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모두 해보고서라도 아이 스스로 부모의 지시대로 하는 것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느낀다면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듣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화낼 필요도 없이. 다시 말해 아이들에게 '내적 동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람이 원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며 내적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아침 대화는 아래와 같이 수정될 수 있을 것이다.


아빠 : 갈 시간 다됐어! 가야 해!

아들 : 아빠! 장난감 가져가고 싶어!

딸 : 아빠 난 오늘 드레스 입고 싶어! 이 옷 마음에 안 들어!

아빠 : 우리 ○○와 □□가 아침에 하고 싶은 게 많구나.(공감) 하지만 아침에는 모두가 바쁘고 나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상황 인지) 어떻게 하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까?(생각하는 시간 주기)

아들 : 일찍 일어나거나 빨리 준비하면 되겠네!

아빠 : 아하 그렇구나! 일찍 일어나거나 빨리 준비하는 거. 그걸 하면 너희가 하고 싶은 걸 얻을 수 있나 보네. (생각하게 하기) 


대화는 여기서 마무리를 하였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서 내린 대답을 존중하여 (비록 부모의 의도가 담겼지만) 주체적인 결정이라고 믿을 수 있도록.


불가능할 것 같은가? 이 대화는 실제로 내가 시행하고 성공한 대화이다. 내적 동기를 만드는 기술을 연습하고 연습한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성취하려고 노력하고 결과에 대하여 불평하지 않는다.


심지어 요즘에는 일찍 일어나 나를 따라 책을 읽고 장난감을 챙기고 자유시간을 가지고 등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훈육은 항상 어렵다. 감정이 자연스럽게 섞이게 되고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내 화난 감정을 알아차린다. 우리는 이제 훈육의 접근 방식부터 바꾸도록 하자. 내적 동기를 만들어 아이가 스스로 집안의 구성원이 되도록 노력하게 하는 것. 그것이 친절한 육아를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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