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못생긴 단호박 2개를 가지러 텃밭에 갔다. 해가 평소보다 빨리 져서 퇴근 후 텃밭에 머무르는 시간도 짧아진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칠흑처럼 어두울 때 귀가하게 된다. 엄마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늦게 귀가하셨었나 보다.
단호박은 자르지 않고, 베란다에 보관하면 내년 여름까지도 그 상태 그대로다. 늙은 호박과 같다. 1개만 단호박죽 용도로 잘라 냉동고에 소분 저장하려고 한다
영하권으로 기온이 떨어진다고 해서 주말에 미니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줬다. 완벽한 온실이 되어 작물이 잘 자라고 있다. 비닐과 부직포를 들춰, 시금치, 상추, 봄동, 가랏, 궁채, 콜라비, 배추, 무, 양파, 마늘, 열무 사진을 찍어보았다.
너무 봄의 기온을 만든 건가 싶지만, 잘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신의 손을 가진 옆 텃밭 할아버지께 한 달 전에 전라도 토종 가랏 씨앗을 드렸었다. 역시 최고의 가랏나물로 키워내신다. 손으로 빚은 할아버지의 작품을 구경하기 위해 씨앗을 드린 건지도 모른다.
여든이 넘으신 할아버님도 나도 극내향인이다. 목례 이후 대화를 나누기까지 1년이 걸렸다. 요즘은 텃밭에서 일하고 있으면, 자주 농사법에 대해 알려주신다.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시는 지식은 무조건 실행하고 따르는 중이다.
배추는 결구가 아직 되지 않았다. 꽃봉오리처럼 오므려져야 하는데, 아직 아니다. 텃밭 농장 아저씨께서 "여름 내내 무더웠고, 초가을에 비가 많이 내려 결구가 늦다"라고 하신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옆텃밭의 배추들은 모두 결구가 되었다. 내년에는 조금 더 일찍 심어야겠다.
생애 첫 배추재배이기에 다음 프로세스가 그려지지 않는다. 배추가 예쁘게 오므라지는 '결구'가 되기를 학수고대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