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 일이 나를 지켜주는 시간까지

계속 적게 먹고 있는 사람의 주간일기

by 강경윤

이번 주도 적게 먹었어요.

이젠 무슨 루틴처럼 굳어져서

별생각 없이 그렇게 흘러가더라고요.


살은 빠졌고,

얼굴은 조금 작아졌고,

작년에 안 맞던 바지도 맞았어요.


그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그런데…

조금 아찔한 순간이 있었어요.



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앞이 어질어질하더니

앉았다 일어나는 순간

몸이 먼저 주저앉아버렸어요.


그때 알았어요.

나는 줄이고 있었지만

그건 ‘관리’가 아니라

‘방치’였다는 걸요.



정신을 차리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건 계란을 삶는 일이었어요.


냉장고에 있던 오이를 썰고,

계란을 으깨고,

마요네즈 조금, 후추 조금.


그렇게 급조한

오이달걀샐러드 한 그릇.


예쁘지도, 정갈하지도 않았지만

그 한 끼가 참 다정했어요.

몸이 딱 그걸 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제야 좀 숨이 돌았어요.


“아, 내가 나를 먹였구나.”

“살리려고 했구나.”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꽤 큰 결심이었죠.


늘 단백질 드링크, 삶은 달걀, 단백질바 같은

‘버티는 메뉴’만 반복하다가—


처음으로, 살기 위해

뭔가를 챙겨 먹은 날이었거든요.


몸이 바로 반응하진 않았지만

기분은 확실히 나아졌어요.

조금씩 다시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달까.



그날 이후로

아침엔 바나나도 꼭 챙겨 먹었어요.


라떼는…

못 끊었어요.


퐁크러쉬는 기적처럼 끊었는데

라떼는, 아직은 안 되겠더라고요.


그 따뜻한 단맛이

지금 제 하루에 남은

마지막 여유 같아요.


기분 나쁘지 않게 버티고 싶어요.

힘들지 않게,

내 편인 무언가 하나쯤은 남겨두고 싶거든요.



운동은 이번 주에 딱히 하지 않았어요.

걷는 것도 조금 줄었어요.

지금은 몸을 밀어붙이지 않기로 했어요.


일이 나를 지켜줘야지

무너지게 하면 안 되니까요.



이너마더의 한마디


경윤아,

이번 주엔 참… 위험했어.

너를 돌봐주며 일하면 좋겠는데…


다음 주엔

뭘 더 줄이지 말고,

뭘 더 챙겨볼지 고민해 보자.


(라떼는… 일단 봐줄게.

지금은 그럴 타이밍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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