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적게 먹고 있는 사람의 주간일기
이번 주도 적게 먹었어요.
이젠 무슨 루틴처럼 굳어져서
별생각 없이 그렇게 흘러가더라고요.
살은 빠졌고,
얼굴은 조금 작아졌고,
작년에 안 맞던 바지도 맞았어요.
그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그런데…
조금 아찔한 순간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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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더니
눈앞이 어질어질하더니
앉았다 일어나는 순간
몸이 먼저 주저앉아버렸어요.
그때 알았어요.
나는 줄이고 있었지만
그건 ‘관리’가 아니라
‘방치’였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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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건 계란을 삶는 일이었어요.
냉장고에 있던 오이를 썰고,
계란을 으깨고,
마요네즈 조금, 후추 조금.
그렇게 급조한
오이달걀샐러드 한 그릇.
예쁘지도, 정갈하지도 않았지만
그 한 끼가 참 다정했어요.
몸이 딱 그걸 원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제야 좀 숨이 돌았어요.
“아, 내가 나를 먹였구나.”
“살리려고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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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 것 같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꽤 큰 결심이었죠.
늘 단백질 드링크, 삶은 달걀, 단백질바 같은
‘버티는 메뉴’만 반복하다가—
처음으로, 살기 위해
뭔가를 챙겨 먹은 날이었거든요.
몸이 바로 반응하진 않았지만
기분은 확실히 나아졌어요.
조금씩 다시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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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아침엔 바나나도 꼭 챙겨 먹었어요.
라떼는…
못 끊었어요.
퐁크러쉬는 기적처럼 끊었는데
라떼는, 아직은 안 되겠더라고요.
그 따뜻한 단맛이
지금 제 하루에 남은
마지막 여유 같아요.
기분 나쁘지 않게 버티고 싶어요.
힘들지 않게,
내 편인 무언가 하나쯤은 남겨두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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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이번 주에 딱히 하지 않았어요.
걷는 것도 조금 줄었어요.
지금은 몸을 밀어붙이지 않기로 했어요.
일이 나를 지켜줘야지
무너지게 하면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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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마더의 한마디
경윤아,
이번 주엔 참… 위험했어.
너를 돌봐주며 일하면 좋겠는데…
다음 주엔
뭘 더 줄이지 말고,
뭘 더 챙겨볼지 고민해 보자.
(라떼는… 일단 봐줄게.
지금은 그럴 타이밍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