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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1 그랑프리.

Pit Stop.

by Jellyjung

전날에는 허리가 묵직하며 뻐근했다. 일을 마치고 주차를 한다.

Oily 한 음식이 당긴다. 고민 끝에 감바스를 주문했다. 여느 때 같으면 술을 사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참아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고비를 넘긴 기분이다. 아는 맛이 무서운 것 아니겠는가!. 술이 아닌 콜라를 마신다.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허리 찜질을 하고 파스를 붙이고 잠이 들었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괜찮다. 오늘은 쉬는 날이다. 언제나 그렇듯 일상적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망설임 없이 달려 나간다. 지난겨울 러닝머신 속도 8~12 속도에 훈련해서 인지 이제는 속도감이 생겼다. 오늘은 발걸음이 가볍다. 귓가에는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지막한 첼로의 선율을 따라서 유유히 달리다가 음악이 바뀌며 Oasis의 whatever를 들으며 고급스러운 락사운드에도 발걸음을 뗀다. 그러다가 문득 F1 그랑프리의 장면이 떠오른다. 맥라린, 페라리, 르노, 레드불 같은 팀의 선수들을 떠올린다. 기억나는 이름들은 알론소, 페텔, 헤밀턴 같은 선수이다. 그들의 질주를 떠올린다. 엄청난 굉음과 스피드의 향연을 떠올리자 어느덧 나의 숨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올 것 같다. 거칠다 못해 크게 소리치고 싶은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오늘 나의 피트 스탑 구간은 어느 지점으로 잡을 것인가? 쉬고 싶고 발걸음을 늦춰 걷고 싶은 마음이 속삭이는 것 같다. "이제 그만 쉴 때도 된 것 같다. 아니다 조금 더 달릴 수 있다." 극과 극의 감정싸움이 시작되었다. TPU 소재 플라스크 물병에는 500ml의 물이 채워져 있다. 나 역시 그들처럼 급유구간이나 타이어 교체 및 수리가 필요할 때 찾는 피트 스탑 구간에 돌입했다. 약간은 여유가 있는 지점 2Km 구간을 지나며 잠시 휴식하며 엘리트 선수들이 물을 마시듯이 물을 마신다. 호흡은 거칠고 심장은 터질 듯이 쿵쾅 거린다. 그래도 적절히 속도를 유지하며 파워워킹 상태로 전환한다. 스마트 워치에 표시된 BPM은 점차 낮춰진다. 170, 150, 130 이하로 숫자가 내려가자 조금씩 호흡이 안정된다. 천천히 걸으며 다시 달리기 위한 마음의 빌드업이 시작된다. 이것은 마치 드라이버가 기어를 변속하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걸음걸이를 점차 빠르게 떼다가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달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더 빠르게 달리는 과정은 마음이 결정한다. 힘이 난다. 조금씩 가속 페달을 밟듯이 기어를 변속하며 달려 나간다. 다시 2Km쯤 달려왔다. 두 번째 피트 스탑 구간에 돌입하며 물을 마신다. 첫 번째 과정이 반복된다. "살 것 같다. 살아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천변 넘어 물줄기가 미니 폭포처럼 찰싹찰싹 소리를 낸다. 음악은 다시 빠른 음악으로 변주되고 남아 있는 구간마저 열심히 달려 운동을 마무리했다. F1의 매력은 순간 스피드와 차량 추월에도 있겠지만 전략과 팀의 호흡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원초적 운동인 달리기와 과학적 기술의 집약체인 F1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나는 그들의 감정과 다르지 않았던 하루를 추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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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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