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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10화

9月, 시선

멈춰서서

by Jiwon Yun

밤하늘을 마음에 품으라는 노랫말을 듣다가, 뜻밖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 순간, 어쩌면 우리도 오래전에는 별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주 멀리서 빛을 내다가 흩어지고, 다시 만나 지금의 우리가 된 건 아닐까 하고요. 그렇게 떠올리니 창밖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도, 창문에 걸린 달빛도, 모두 오래전의 우리와 이어져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한동안 상상해봤습니다. 만약 시간이 없는 곳에서 산다면 어떨까요. 과거와 미래를 잊고 오직 현재에만 머물 수 있다면 조금은 가볍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쳤어요. 시간이 없다면 바뀌는 계절을 핑계 삼아 안부를 전하기도, 기다림을 설레는 마음으로 품기도 어려울 테니까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일이 가끔은 버겁지만 그 유한함이 우리를 더 다정하게 만들고, 더 표현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도록 누군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그 속에서 연민을 배우고, 사랑을 느끼곤 합니다. 함께 웃고, 함께 울며 세상은 조금씩 넓어집니다. 약속이 있는 날이면 일부러 조금 일찍 집을 나섭니다. 여유를 두고 길을 걷다 보면, 스쳐가는 얼굴들 속에서 오늘도 세상을 배우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언젠가 누군가도 제 시선을 훔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고양이를 보고, 달을 보고, 바다를 보고, 나무와 아이 앞에 멈춰섭니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갑니다.


9월, 시선을 따라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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