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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11화

10月, 우주의 기원

찰나의 기적

by Jiwon Yun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며 가을의 경계를 느꼈습니다. 금방이라도 기온이 뚝 떨어져 코끝이 시려올 것 같은 계절의 문턱이었어요.


문득, 이유 없이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무한한 우주 앞에서 제 지식은 보잘것없지만, 그럼에도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은 각자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에 닿게 됩니다. 그럴 때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그런 날에는 자기 전 빔프로젝터로 우주 다큐멘터리를 켜둡니다. 화면 속 별빛이 천천히 방 안에 번지면, 우주 어딘가 흘러가는 작은 점이 되어 잠에 듭니다.


오랜만에 불꽃 축제를 보았습니다.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지만, 멀리서 바라본 불꽃은 묘하게 위로가 되었어요. 한순간 터져 사라지는 불꽃처럼, 우리의 삶도 짧고 찰나 같지만, 그 안에서 서로에게 남기는 빛은 오래 기억될 거라 믿습니다.


이 계절을 지나며 문득 깨닫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결국 주의를 기울인 결과라는 사실을요. 사랑하지 않으면 관찰할 수 없고, 관찰하지 않으면 기록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조금씩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다가오는 겨울은 더 차갑고 길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서도 저마다의 불꽃을 간직하고 살아갈 거라 믿습니다. 당신의 하루에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별빛 같은 순간이 찾아들길 바랍니다.


10월, 온기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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