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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12화

11月, 첫눈

녹는 점

by Jiwon Yun

한 달 새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서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11월의 폭설은 117년 만이라고 해요.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서해의 해수면 온도 때문이라 하는데, 지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저는 부산에서 나고 자라 눈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눈을 좋아해요. 여전히 하얗게 뒤덮인 세상이 주는 고요함은 참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물성이 차가운 것도 따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저는 눈을 보며 알게 되었어요.


겨울은 따뜻한 것들을 찾게 되는 계절이라 좋아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가리지 않고 따뜻한 것들을 곁에 두려는 것 같아요. 나는 과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날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람에게도 한 번 더 손길을 주고 싶어져요. 차가운 계절이 힘겹게 느껴질 때면 눈 위에 손바닥을 얹어봅니다. 손 안에서 천천히 녹아내리는 눈을 보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차가운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내 안의 따뜻한 체온을 확인합니다.


이제 달력은 마지막 장만 남았습니다. 차갑게 시작했지만 끝은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해 동안 애써 쌓아 올린 마음의 기록들이 부드럽게 스며들어, 첫눈처럼 조용히 다가와 믿을 구석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11월,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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