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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09화

8月, 살아낸다는 것

한 낮

by Jiwon Yun

얼마 전 짧은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3주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멀리 떠나고 싶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매일 지겹도록 바라보던 풍경이 누군가에겐 평생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 되기도 하고, 간절히 꿈꾸던 장소가 누군가에겐 떠나고 싶은 곳이 되기도 합니다. 익숙한 자리를 지켜내며 작은 감각을 놓치지 않는 일, 그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야말로 다른 어디서든 나를 단단히 붙드는 힘이 된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새로운 곳에서만 새로움을 얻는 게 아니라, 같은 자리에 머물며 마음을 다잡는 일에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살아간다’기보다 ‘살아낸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도 내일을 위해 알람을 맞추는 일, 두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일, 소중한 이에게 안부를 전하는 일, 울다 지친 눈으로도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일. 모두 오늘을 버텨내려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하루가 이어지지만, 그렇게 살아낸 하루가 쌓여 결국은 삶이 됩니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고, 어제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지켜내는 걸음이 무엇보다 확실한 답이 아닐까요. 그 발걸음 위에서 작은 희망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8월, 오늘을 살아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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