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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08화

7月, 꽃의 이름

델피니움

by Jiwon Yun

무엇이든 모호함을 벗고 의미를 부여받을 때, 비로소 본연의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사람은 저마다 이름을 지니고 있고, 그 이름을 불러줄 때 고유한 존재로 살아갑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말을 건넬 때, 가장 먼저 이름을 불러주려 합니다. 꽃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오고 가며 눈에 들어오는 꽃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하나하나 이름을 기억해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 새로 알게 된 이름은 델피니움이에요. 주황빛 조명 아래에 두면, 집 안이 푸른빛으로 물드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름을 새롭게 알아간다는 것은 삶에 색을 더하는 일 같습니다. 델피니움이 그렇듯, 우리의 삶에도 아직 모르는 이름과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매일 걷는 길 위에서도 작은 꽃과 나무, 그리고 새로운 인연들이 스쳐갑니다. 그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주며 한 걸음씩 걸을 때, 꽃의 표정, 바람의 온기,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표정까지 조금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이름을 불러 꽃이 되듯, 제 안에도 다시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잠든 마음이 있습니다. 이번 여름은 조금 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제 안의 꽃들을 피워내고 싶습니다. 제 방 안을 채운 푸른빛처럼, 무언가를 기억해 낸 순간이 마음을 채우고, 그 빛이 주위를 조금씩 물들이면 좋겠습니다.


7월, 이름을 불러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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