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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06화

5月, 오월의 숨

책임과 사랑

by Jiwon Yun

가사 한 줄 없는 피아노 앨범을 들으며 편지를 씁니다. 좋아하는 앨범을 찬찬히 듣기 좋은 바람이 붑니다.


나이가 들면서 뚜렷이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요. 저는 누군가 물어보면, 책임의 무게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해가 갈수록 선택해야 하는 길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속한 곳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했습니다. 지금은 뭐든 제 의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누군가는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스펙을 쌓고, 또 다른 누군가는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큰 변화를 만들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저마다 삶의 기준이 다르니까요.


한 번의 선택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나를 위한 결단력, 선택에 대한 용기, 그리고 결과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 저는 이 모든 것을 수용하는 태도를 책임감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책임을 말할 때 ‘사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랑에는 언제나 큰 책임이 따릅니다. 결국 내가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사랑의 한 부분 아닐까요. 순간의 감정은 부정하지 않지만, 그것이 가져올 많은 결과를 생각하면 선택은 결코 가벼워질 수 없습니다.


저에게 책임감이란 희생이나 의무감이 아니라 주체성입니다. 책임과 사랑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조금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가치관과 생각은 늘 움직입니다. 몇 년 뒤의 저는 어떤 것을 보며, 어떤 선택을 하며 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5월, 바람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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