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하지 않기 위하여
뒤늦게 만개했던 벚꽃은 벌써 다 지고,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낸 꽃들이 이제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완연한 봄이 왔나 봅니다.
마음을 나누는 일은 거창한 준비나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글을 쓰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예전엔 나를 충분히 채워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아주 작은 마음이라도 모이고 쌓이면, 결과와 상관없이 그 길 자체가 힘이 된다고 믿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빨라지고, 챗GPT가 모든 답을 알려주는 시대가 와도, 진심을 글로 옮기는 일만큼은 대체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한없이 부족한 나를 들키지 않을까 걱정하다가도, 좋은 것을 보고 느끼면 결국 이렇게 쓰게 됩니다. 출처 없는 슬픔에 가라앉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릅과 냉이의 계절이 저물고 있습니다. 제철 음식을 챙겨 먹는 편이지만, 혼자 살다 보니 그마저도 쉽지 않네요. 이번 주말엔 냉이 된장국을 끓여 먹으려 합니다. 한겨울을 견뎌낸 봄나물은 진하고 영양이 많다고 해요. 봄나물의 기운을 먹고,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봄이 허락한 것들을 충분히 누리며, 다가올 여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요즘 저는 어떻게 하면 이 계절을 잘 채울 수 있을까 자주 고민합니다. 많은 것을 바꾸고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요. 올해가 20대의 마지막이라 의미를 더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좋지만, 그 때문에 지금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말을 매일 되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곁에 두고 챙기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렇게 전하는 안부와 편지만큼은 진심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봄이 제 몫을 다하는 걸 보니, 오늘만큼은 저를 미워하지 않고 지켜주고 싶습니다.
4월, 어쨌든 오늘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