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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03화

2月, 윤일(閠日)

2月 29日

by Jiwon Yun

유난히 긴 겨울입니다. 눈이 자주 내리고, 마음도 자주 가라앉는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윤일(閠日)에 세 번째 편지를 씁니다. 정확히 한 해의 길이를 셈하다 보면, 4년에 한 번 하루가 남는다고 해요. 그 하루를 2월에 더해 29일이 됩니다. 다음 윤년이 오기까지는 다시 사계절을 네 번 더 살아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3월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며, 그림자처럼 조용히 주어진 이 하루를 여기에 남깁니다.


나중을 잘 지내기 위해 오늘을 유예하지 않으려 합니다. 언제든 할 수 있다고만 생각하는 일은, 결국 언제까지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워갑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을 때, 오늘이라는 하루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누구나 도의상 건네는 인사말이 있습니다. 저 역시 “잘 지냈죠?”라는 말을 쉽게 건넵니다. 그 한마디 속에서, 그 사람이 어떤 시간을 견뎌왔든 잘 지낸 사람이 되어버리곤 하죠. 안녕했던 소식도 좋지만, 안녕하지 않았던 이야기도 좋습니다. 말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오늘 하루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이 전부가 아니듯, 조용히 지나가는 시간에도 깊은 의미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2월, 사랑에 관한 노래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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