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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02화

1月, 믿을 구석

by Jiwon Yun

어제와 오늘, 하루 차이로 끝과 시작을 느끼는 시간이 지나갑니다. 단 1분 사이에도 감정은 요동치곤 하는데, 하물며 한 해는 어떨까요. 어제까지는 생명이 미웠더라도, 오늘부턴 예뻐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죽음이 주는 생명감. 상반되는 말이지만 요즘 저에게 가장 스며드는 감각입니다. 죽음을 늘 어둡고 부정적으로만 여겨왔는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비추어주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에서, 누구 곁에서, 무엇을 하며 이번 생을 마무리하고 싶은지를 떠올려 보면, 그 모습은 내가 살아서 누리고 싶은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죽음에 대한 상상이 곧 삶의 가장 충실한 소망의 형태가 아닐까 싶어요. 상반되게도 요즘 저를 부지런히 움직이게 하고, 생명력을 주는 건 생명이 없는 그런 것들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슬픈 일을 겪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곁을 떠나고, 소중히 아끼던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 닳아 없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수순이 당연한 것이라면, 잃었다는 사실에 가라앉기보다는 한때 품고 있었다는 기억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어떻게든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어 있으니까요.


변수 많은 삶에서 외부의 요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믿을 구석’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행복만을 좇는 마음을 믿음이라 부르고 싶진 않아요. 그보다는, 나를 가만히 지켜주는 단단한 마음을 믿고 싶습니다.


1월, 끝과 시작이 맞닿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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