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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Dear, 01화

12月, 적설

쌓이는 마음의 결

by Jiwon Yun

거기가 어디든, 당신을 알아차리며 걷고 있나요. 지금이 너무 늦은 것처럼 느껴질 땐, 눈을 감고 펼쳐진 백색의 자연을 떠올려 봅니다. 쌓인 눈 위로 첫발을 남기면, 새사람이 된 것만 같아요. 그렇게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우리는 다시 태어납니다. 내리고, 걷고, 쌓이며 이번 생도, 다음 생도 살아갑니다. 그러니 당신이 기억하는 순간이, 곧 인생의 실체라 생각하지 말아요. 그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쌓이는 눈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결이 느껴집니다.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는 것, 산책 나갈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것. 한참 바라보다 보면 우리 엄마 눈가 주름이 떠올라요. 유일하게 시간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이죠. 슬프고 기쁘게 살았다는 증거이자, 용서를 한 횟수이자, 시를 읽고 운 횟수입니다.


우린 같은 것을 바라보아도 달리 느낍니다. 그럼에도 울컥하는 것을 보면 서로가 생각나는 사이가 있습니다. 그걸 사랑이라 부를까 싶어요. 흘러갈 시간 속에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선택은 오롯이 우리의 몫입니다.


시간은 쌓이고, 감정은 흩어져도—

이 겨울만큼은 우리 마음에 남기를.


12월, 시나브로 찾아온 겨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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