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수로 놀아보기로 했다. 엄마표 놀이의 끝판왕, 바로 국수다. 아이에게 국수 한 봉지를 건네준 순간, 그 작은 손이 국수 가닥을 움켜쥐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작은 국수 가닥들이 곧 온 집안을 점령하게 될 거라는 것을.
국수는 바닥에 흩뿌려지고, 나의 마음은 서서히 체념으로 변해간다. 아기는 이미 신이 나서 국수를 던지고 찢고,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걸 다 치워야 하는 건 나겠지. 그래도 뭐, 아기가 웃고 있으니까 됐어.
엄마표 놀이라는 건 이렇다. 아이는 무한한 상상력과 에너지를 뽐내고, 엄마는 그 상상력이 만들어낸 혼란을 뒤에서 묵묵히 치워야 한다. 하지만 오늘도 바닥에 흩어진 국수 가닥을 보면서도, 아기의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