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작은 통후추에서 비롯됐다. 아기가 통후추 통을 발견하더니 바닥에 와르르 쏟아버렸다. 작은 검은 알갱이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걸 보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아기는 통후추 하나를 집어 들고는 입으로 가져가며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 표정이 말하는 게 뭔지 너무 잘 안다. "이거 먹는 거야?"라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니, 그건 먹는 게 맞긴 하는데 그렇게 먹는 건 아니야!’라고 외치려는데 이미 늦은 상황. 통후추 맛이 어떤지 경험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이 작은 호기심 덩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밀려왔다.
이 호기심을 집 안에서 다 해결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결론은 하나. 외출이다. 밖에 나가서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수밖에 없다. 이런 작은 대참사들을 마주할 때마다 느낀다. 집에서는 이 에너지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는 걸. 오늘도 결국 바깥세상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