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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수로 놀자

by 김제주


오늘은 국수로 놀아보기로 했다. 엄마표 놀이의 끝판왕, 바로 국수다. 아이에게 국수 한 봉지를 건네준 순간, 그 작은 손이 국수 가닥을 움켜쥐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작은 국수 가닥들이 곧 온 집안을 점령하게 될 거라는 것을.

국수는 바닥에 흩뿌려지고, 나의 마음은 서서히 체념으로 변해간다. 아기는 이미 신이 나서 국수를 던지고 찢고,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걸 다 치워야 하는 건 나겠지. 그래도 뭐, 아기가 웃고 있으니까 됐어.

엄마표 놀이라는 건 이렇다. 아이는 무한한 상상력과 에너지를 뽐내고, 엄마는 그 상상력이 만들어낸 혼란을 뒤에서 묵묵히 치워야 한다. 하지만 오늘도 바닥에 흩어진 국수 가닥을 보면서도, 아기의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오늘의 교훈? 국수놀이를 시작하려면, 끝난 후의 난장판까지 사랑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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