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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읽고 싶다

by 김제주

요즘 내가 가장 자주 읽는 책은 "똑똑똑 누구십니까?"다. 하루에도 수십 번은 읽는 것 같다. 주인공들이 등장할 때마다 내가 그 대사를 완벽하게 외우고 있을 정도다. 아기가 그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책장이 다 닳아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어디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까?



한때는 나도 고상하게 테이블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문장을 음미하고, 새로운 세상을 펼쳐나가는 그런 여유로운 시간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똑똑똑, 누구십니까?”라는 대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정말이지, 아기 책을 읽는 건 이제 내 일상이다. "들어오세요!"라는 말을 따라 하는 거 같은 아기의 작은 손짓을 볼 때마다 사랑스럽긴 하지만, 어른 책은 손도 못 대는 내가 때론 한숨이 나온다. 한 페이지 읽고 싶어도, 그 책은 여전히 닫혀 있다. 마치 나에게 “똑똑똑, 너도 들어와서 한 줄이라도 읽을래?”라고 물어보는 것만 같다.



가끔은 아기를 재우고 나서 나만의 독서 시간을 꿈꾸며 책을 들고 앉지만, 그게 웬걸, 잠이 먼저 찾아온다. ‘읽을까?’라는 고민보다 ‘잘까?’라는 선택지가 더 강력하다. 아기 책은 수십 권 읽어주면서도 정작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첫 페이지조차 넘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아기가 책을 읽어달라고 손을 내밀 때면, 책을 덮어두고 그 손을 잡는다. 나도 고상한 독서를 포기하고 “똑똑똑”을 외치며 아기와 함께 책 속의 문을 연다. 오늘도 나의 고상한 독서는 아기 책에게 양보하지만, 언젠가 내 책을 읽을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는 "똑똑똑, 누구십니까?"가 내 일상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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