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가 바닥에 흩어졌을 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게 두유냐, 나의 운명이냐. 아기는 진지한 표정으로 강아지들에게 두유를 나눠주고 있었고,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이건 어쩌면 "강아지 간식 제공 서비스"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강아지들은 이미 두유 파티에 신이 났고, 아기는 자랑스러운 듯 그들을 바라봤다. 어쩌면 얘는 나보다 더 나은 사회성을 가진 걸까? 사회적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14개월 아기라니, 나는 아이에게 "공존의 미학"을 배우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문제는 그 공존의 대상이 강아지들이라는 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요거트. 아기가 강아지와 함께 먹을 때마다 나는 불안하다. 요거트 한입 너, 한입 나. 이쯤 되면 강아지가 사람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강아지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은 걸까? 어쨌든 우리 집에서는 간식이 평등하게 분배된다는 점 하나는 확실하다.
이쯤에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바닥을 닦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해야 할까?' 하지만 답을 알고 있다. 이 작은 소란들이 언젠가는 아늑한 추억으로 남겠지. 그리고 그날이 오면 나는 아마 두유나 요거트 자국 없이 깨끗한 바닥에서 그리운 마음으로 웃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