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집밥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내 손으로 차린 그 집밥 말고, 다른 누군가의 손을 거쳐 나온 따뜻한 한 끼. 밥상에 반찬들이 좌르르 차려져 있고, 내가 할 일은 그저 앉아서 수저를 드는 것뿐인 그런 밥 말이다.
아기를 키우면서 내 식탁은 늘 아이를 위한 메뉴로 채워져 왔다. 맵고 짠 음식은 피해야 하니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결국 나는 아이와 함께 같은 반찬을 먹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는 이유식을 아이주도식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다행히 돌 이후 시작한 유아식도 곧잘 먹었다. 덕분에 매운맛과 단맛만 제외하면 식사 준비가 크게 어렵진 않았다. 그래도 이따금씩은 나 자신을 위한, 누군가가 차려준 그 따뜻한 한 끼가 간절해진다.
결국 오늘 저녁, 참지 못하고 집밥 같은 백반을 파는 곳으로 향했다. 가게에 들어서니 여러 반찬이 좌르르 깔린 테이블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내가 그토록 원하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오랜만에 이렇게 반찬이 풍성하게 차려진 밥을 먹으니 그 맛이 참 좋았다. 사실, 내가 손을 대지 않은 밥상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맛의 반은 성공이었다.
그렇게 앉아있으니 어릴 적이 떠올랐다. 그때의 집밥은 당연한 것이었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 앉아 밥 먹을 시간만 기다리면 되던 그 시절. 내가 한 일이라곤 "밥 다 됐어?" 하고 묻는 것뿐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앉아서 받아먹는 밥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 누가 알았을까?
아이를 위해 매일 반찬을 만들고 밥을 차리면서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언젠가 아이가 자라서 내가 차린 밥을 그리워할까?’ 지금은 내가 가족을 위해 차리는 밥상이지만, 언젠가는 누군가가 다시 나를 위해 차려주는 따뜻한 집밥 한 끼가 찾아오길 기다리며 내일도 주방에서 밥을 짓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