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키운 게 인생 최고의 업적이냐?" SNS를 스크롤하다 보면 가끔 이런 댓글이 툭 하고 날아온다. 짧지만 그 속에 담긴 조롱의 맛은 꽤 묵직하다. 마치 ‘아이 하나 키웠다고 자랑하는 게 우습다’고 말하는 듯하다. 나는 그 말이 참 불편하다. 아니, 솔직히 그 말이 좀 얄밉다.
한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아이 키우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라고. 그러다 직접 아이를 키워보니, 그건 대단한 일이 맞더라. 아니, 대단하다 못해 매일매일이 생존 퀘스트다. 마치 RPG 게임처럼 매일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다. 그리고 그 미션의 목표는 간단하다.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기. 이게 성취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헷갈린다.
아이를 키우는 건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그 이유를 추리해내야 한다. "배가 고픈가?" "졸린가?" "그냥 심심한가?" 이런 생각을 수없이 해보지만, 사실 아이는 내가 생각한 그 어떤 이유도 아니어서 그저 허탈해질 뿐이다. 매일 내가 틀린 이유를 찾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나는 매일 아이 앞에서 실패하고, 그 실패를 반복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이걸 성취라고 부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성취라기보다는 살아남기 게임에 가깝다.
그런데 SNS에서 마주하는 그 비아냥거리는 댓글들은 내가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는 이 상황을 가볍게 넘겨버린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라고 묻는 그 말들은,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물론, 나도 내가 매일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속에는 내가 느끼는 고됨과 혼란, 그리고 그 속에서 얻는 작은 기쁨들이 너무 쉽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성취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승진, 연봉 인상, 멋진 프로젝트의 성공. 그런 것들이 성취의 상징이다. 그런데 육아는 그런 게 없다. 오히려 육아는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이고, 그 도전을 해내도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그 대신 집안에는 널브러진 장난감과 뒤엉킨 이유식 그릇만 남는다. 그래도 나는 매일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해냈다."
이건 내가 매일매일 느끼는 작은 승리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이 키우는 일을 인생 최고의 성취라고 여기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내가 도달하고 싶은 목표도 많다. 하지만 그런 비아냥거림이 불편한 이유는, 그 말이 내가 매일 겪는 현실을 너무나 가볍게 여긴다는 점 때문이다. 나는 매일 아이와 함께 혼란을 겪고, 그 혼란 속에서 나 자신도 함께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선다. 그 과정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육아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선택'일 수 있다. "아이를 낳기로 선택했으니 네가 책임져야지"라는 식의 논리다. 물론, 맞는 말이다. 내가 선택했으니 내가 책임지는 게 맞다. 하지만 그 책임이 얼마나 큰 변화와 부담을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나는 매일매일 아이와 함께 나 자신이 조금씩 무너지고, 다시 쌓아 올리는 과정을 겪고 있다. 그래서 그 비아냥거림이 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 말은 내가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것을 너무 쉽게 무너뜨리려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사람들은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너무 쉽게 판단하곤 한다. 육아는 그런 것이다. 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좌절, 성취와 무력감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육아가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일' 이상이라는 걸 알 것이다. 그것은 나 자신을 재발견하고, 나를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물론, 육아가 내 인생의 전부일 필요는 없다. 나는 여전히 내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불편한 이유는, 그것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너무 쉽게 평가절하하기 때문이다. 내가 매일매일 겪는 육아라는 현실은 나에게 있어 가장 치열한 전투다. 그 전투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때로는 얼마나 연약했는지를 깨닫는다. 이 모든 것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작은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그러니, 그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내게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그 말들은 내가 매일 치르는 작은 전쟁을 가볍게 여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얻는 성취와 변화의 가치를 무시하는 듯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내 인생 최고의 성취일 필요는 없지만, 그 속에서 나는 분명히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결국, 해본 자만이 알고, 맛본 자만이 안다. 육아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과 도전의 연속이다. 그 안에서 내가 얻는 것은 단순한 성취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다. 그러니, 그 비아냥거리는 말들은 결국 육아의 깊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