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마지막 인사
어제, 7개월 동안 근무하던 학원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이들은 나를 위해 편지를 쓰고, 선물과 조각 케이크도 준비해 주었다.
"선생님, 저희를 잊지 마세요."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었다.
집에 와서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마음이 울컥했다.
내가 그 아이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우울한 시기를 보내던 나에게,
이 아이들은 매일을 살아갈 이유가 되어 주었다.
첫 제자들이었고, 나에게 가르침의 기쁨을 처음 알려준 아이들이었다.
20대 초반, 대학교에서 꿈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
새로운 시작이 필요했던 나는 학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경험’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며
내 마음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3000원짜리 사탕 한 봉지를 사 가면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는 아이들이 귀엽고,
숙제를 깜빡했다며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에는 나도 웃게 된다.
오늘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이야기해 주는 그 모습에
세상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행복이란 게 이런 거였지.’
내가 웃는 날이 많아졌고,
스스로를 ‘쓸모 있는 사람’이라 느낄 수 있었다.
우울은 천천히 멀어졌고,
내 안엔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책임감이 생겼다.
이별을 며칠 앞두고,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선생님이 유학 준비 때문에, 4월부터는 못 나오게 됐어."
아이들이 서운해하면서도 잘 가라고 웃어 주었다.
그 모습이 고마워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
마지막 날, 원장님이 나를 따로 부르셨다.
"선생님, 아이들에게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원장님은 아이들이 받는 정서적 영향과
학부모님들에게 전해질 수 있는 소식을 걱정하셨다.
그 말에 나는 내가 얼마나 경솔했는지 깨달았다.
그저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자리로 돌아와도 마음이 무거웠다.
차마 마지막 인사를 밝은 얼굴로 하지 못했고,
그게 자꾸 마음에 남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멍하니 침대에 누웠다.
‘그 얘기는 하지 말걸...
아이들 줄 선물이라도 하나 더 챙길 걸...’
강남역에서 봐뒀던 키링이 떠오르며
후회가 밀려왔다.
일기장을 펴고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었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도 행복하길,
그리고 언젠가 나라는 사람을
따뜻한 기억으로 떠올려 주길 바랐다.
그동안 선생님으로서 완벽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했다.
우울했던 내 마음을
웃음으로 채워준 고마운 존재들이었다.
아이들이 남긴 편지 한 장,
작고 귀여운 케이크 조각 하나,
그리고 "잊지 말아달라"는 그 말.
모든 게 소중한 선물이었다.
이별의 끝에서 내가 발견한 건,
아이들이 내게 주고 간 ‘사랑’이라는 작고 큰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