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수 Sep 28. 2024

미술의 대가

연재소설 : 깜찍한 부조리 9화 - 미술의 대가

형광등이 켜진 늦은 저녁 안방.

인주는 베란다로 통하는 안방의 낮은 창문틀에 장난감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놀고 있다.

그 옆에 있는 한주가 인주의 장난감을 만지려고 한다.

인주는 한주의 팔을 향해 얼굴을 가져다 대며 입을 벌린다.

그 곁에 있던 마라가 얼른 한주를 끌어안으며 말한다.

“인주, 동생 물면 안 돼!”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장난감에 집중하는 인주.

한주가 미라 품에서 벗어나 다시 인주의 장난감에 손을 대려 한다.

인주는 한주를 밀친다.

미라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친다.

“인주야, 좀!”


혜진은 교자상 위에 스케치북을 올려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수는 혜진이 그림 그리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말한다.

“혜진이 그린 그림 좀 볼 수 있어?”

혜진은 그리고 있던 스케치북을 현수에게 내민다.

스케치북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혜진이 그린 그림을 보는 현수.

그러다가 현수는 그림 한 장을 유심히 본다.

“이 그림 아빠 주면 안 돼?”

“왜?”

“이 그림이 좋아서.”

“그래, 아빠 가져.”


현수는 스케치북에서 그 그림을 조심스럽게 뜯어낸다.


 

현수는 책장 위에 있던 복합기를 책상 위에 옮겨다 놓고 노트북과 연결한다.

혜진이 그린 그림을 복합기에 올려놓고 스캔을 시작한다.

찍찍거리며 작동되는 복합기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혜진과 인주.

이어서 복합기에서 혜진의 그림이 인쇄되어 나온다.


현수는 인쇄된 그림 한 장을 혜진에게 건넨다.

“엄마에게 보여줘야지.”

혜진은 복사한 그림을 들고 안방으로 팔랑거리며 간다. 


현수는 인쇄된 또 한 장의 그림을 그의 책상 앞에 붙여놓는다.

익살스러운 혜진의 자화상을 보면서 웃는 현수.


 

TV에 나오는 유아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아이들 모습.

미라는 아침 식사 후 아이들이 바닥에 흘린 밥 알갱이를 걸레로 닦고 있다.

“인주야, 이리로 좀 옮겨 앉아, 엄마가 여기 좀 닦게.”

TV에 집중하고 있는 인주는 미라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미라는 할 수 없이 인주를 들어서 옆으로 옮긴 후 방바닥을 걸레질한다.


걸레질하는 미라에게 혜진이 묻는다.

“엄마, 아빠 언제 와?”

“조금 있으면 올 거야.”

“빨리 할머니 집에 가~.”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공부하고 할머니 집에 가자.”


방바닥을 다 닦은 미라는 옆에 있는 교자상을 혜진 앞으로 끌어다 놓고는  학습서를 교자상 위에 올려놓는다. 

혜진은 싫은 내색을 하며 말한다.

“공부해야 해?”

“아까 인주도 '줄 따라 줄 따라' 공부하는 거 봤지? 혜진이도  공부해야지.”

응석을 부리는 혜진.

“으으으~ 으응.”

“머리가 바보 안 되려면 공부해야 하지~.”

“공부 나중에 하자.”

달래면서 말해도 혜진이 말을 듣지 않자 강하게 입장이 바뀌는 미라.

“공부 안 하면 할머니 집에 못 가요.”

혜진은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교자상 위에 있는 연필을 든다.


학습서에 사슴, 기린, 코끼리, 고래 등의 글자가 채워져 나간다.

미라는 혜진이 쓰는 글자를 옆에서 지켜본다.

“엄마, 머리 아파.”

“혜진이 머리가 어떻게 아파.”

“머리가 많이 아파.”

미라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혜진을 쳐다본다.

“그러면 나중에 공부하자.”

미라는 책을 펼쳐놓은 교자상을 옆으로 밀어놓는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이어서 현수가 안방으로 들어선다.

현수는 안방에 있는 아이들을 쳐다보며 미라에게 묻는다.

“갈 준비는?”

“얘들 옷만 입히면 돼요.

“아빠, 빨리 가자.”

할아버지 집에 놀러 간다는 것에 들뜬 혜진, 현수가 말한다.

“혜진이 옷 입어야지, 할머니 집에 가려면.”

미라가 장롱에서 아이들 옷을 꺼내며 말한다.

“과일이라도 좀 사서 가게, 가는 길에 마트에 좀 들러요.”

“엄마 수박 사자.”

혜진의 말에 미라가 웃으며 말한다.

“혜진이가 이제 온갖 간섭을 다 합니다. 하하하.”


미라는 인주에게 옷을 입히기 위해 누워있는 인주를 앉힌다.


 

아파트 현관에서 혜진이 폴짝거리며 나온다.

이어서 어깨가방을 둘러맨 미라가 인주의 손을 잡고 나오고, 

한주를 안은 현수가 뒤따라 나온다.

석현의 손을 잡고 지나가는 석현 엄마, 미라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예, 어디 가시나 봐요?”

혜진이 석현을 보며 약 올리듯이 자랑을 한다.

“우리 할머니 집에 간다~.”

“혜진이는 좋겠네, 우리는 놀이터에 가요.”

석현 대신 석현 엄마가 대신 말한 후 놀이터 쪽으로 걸어간다.

현수가 한주를 미라에게 넘겨준다.


혜진은 망설이는가 싶더니 석현을 따라간다.

미라가 쫓아가는 혜진에게 소리친다.

“혜진아, 어디 가?”

“엄마, 그네 조금만 타고 올게.”

인주도 혜진을 따라 쫓아간다. 

미라는 한주를 다시 현수에게 맡긴 뒤 녀석들을 잡으러 간다.


잠시 후 혜진과 인주가 미라의 양손에 잡혀서 돌아온다.

혜진은 아쉬운 듯이 투정을 부린다.

“엄마, 그네~.”

“할머니 집에 갔다 와서 그네 타는 거야.”

미라는 혜진과 인주를 자동차에 태운다.


 

달리는 자동차의 뒷좌석에 한주를 안고 있는 미라와 인주와 혜진이 앉아 있다. 

미라가 요즘 들어 부쩍 말대꾸가 많아진 혜진에게 말한다.

“말 안 듣는 어린이는 놀이터에 남겨두고 할머니 집에 갈 거야.”

자기만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듯 혜진이 말한다. = 

“엄마, 인주도?”

“인주는 코알라 반이라 몰라서 그랬지만 혜진이는 사슴 반 언니잖아. 사슴 반 언니가 엄마 말 안 들으면 되겠어?”

“석현이도 사슴 반이야.”

요리조리 핑계를 대는 혜진, 그에 대응하는 미라.

“석현이는 엄마하고 놀이터에 갔잖아. 그런데 혜진이는 엄마 없이 놀이터 가면 무서운 고양이가 혜진이 물어? 안 물어?”

미라의 말에 밀리는 혜진, 잠시 머뭇거리다가 현수를 끌어들인다. 

“아빠, 고양이 잡아줘.”

“아빠도 고양이 무서워.”


자동차가 마트 지하 주차장 입구 가까이 들어선다. 

혜진과 인주는 소리를 먼저 지르기 위해 긴장하며 전방을 주시한다.

“혜진이 오늘처럼 말 안 들으면 고양이...”

그때 자동차가 지하차도의 어두운 구간으로 들어선다.

혜진과 인주가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아~ 아~”

“아~ 아~”

혜진을 훈계하던 미라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는다.

 

마트에서 끄는 카트 안에 혜진과 한주가 들어가 앉아 있다.

미라는 카트 안에 앉아 있는 혜진과 이야기하며 물건을 고른다.

현수가 인주의 손을 잡고 그 뒤를 따른다.

혜진이 또 나서기 시작한다.

“엄마 수박은?” 

“저쪽으로 가면서 살 거야.”

그런 미라를 보채는 혜진.

“엄마, 수박~.”

“혜진이 말 안 들으면 고양이에게 데려간다.”

이제 응석으로 대응한다.

“으~으~응.”

미라는 현수의 손을 잡고 뒤따라오는 인주를 보며 말한다.

“인주는 누나가 그런다고 너까지 따라 하면 돼? 안 돼? 자동차에서 누나 따라 소리나 지르고 말이지.”

인주가 카트를 붙잡고 미라를 쳐다본다.

“왜? 인주도 카트 타고 싶어?”


잠시 후 인주가 혜진 대신 카트 안에 앉아 있고 혜진이 미라가 미는 카트 옆에서 걸어간다.


 

현수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시내의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미라가 묻는다.

“몇 분의 몇 왔어요?”

“대략 삼 분의 이 정도 온 것 같아.”

“차가 저번보다는 빨리 가는 것 같네요.”

“좀 돌아가긴 하지만 이 길이 훨씬 더 빠르지.”


달리는 자동차가 어두운 지하차도에 들어서자 자동차 안이 어두워진다.

녀석들은 기회다 싶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아~ 아~.”

혜진 : 

“아~ 아~.”

인주와 혜진이 지르는 소리에 한주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다.

터널을 빠져나와 차 안이 밝아지자 인주와 혜진이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춘다.

“녀석들이 이제 컴컴한 지하차도에 들어가도 소리를 지르네.”

현수의 말에 미라도 웃으며 말한다.

“이제 인주가 먼저 소리를 지르네요.”

이전 08화 코끼리 아저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