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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Nov 25. 2024

해수욕장 미아 소동

연재소설 : 깜찍한 부조리 41화 - 해수욕장 미아 소동

현수와 아이들이 탄 자동차가 해변가 주차장에 도착한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해수욕장을 개방하지 않았지만, 주차장에 적지 않은 자동차들이 이미 주차해 있다.


현수는 자동차 트렁크에서 텐트와 잡동사니가 든 커다란 쇼핑백을 꺼내 든다. 혜진은 옷가지가 든 가벼운 비닐백을 들고, 인주와 한주는 해변에서 가지고 놀 커다란 장난감 삽을 들고 현수를 뒤따른다.


텐트가 세 줄로 쭉 줄지어서 처져 있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도착한 일행.

현수는 비교적 한산한 곳에 텐트 칠 자리를 잡는다.

“자, 여기가 좋겠다.”

녀석들이 바닷가에서 노는 것에 기분이 한껏 들떠서 짐을 부리기도 전에 벌써부터 아우성을 친다.

“아빠, 빨리 놀자.”

“빨리 바다에 가.”

현수가 그런 아이들의 조급함을 달랜다.

“조금만 있어 봐, 텐트부터 먼저 치고.”


짐을 한 곳에 부린 후 현수가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텐트 천을 펼치고 폴대를 텐트 천에 결합한다. 현수는 텐트 천의 고리를 잡고 말한다.

“혜진아, 여기 좀 잡고 있어.”

“이렇게?”

“응, 그래.”

혜진이 고양이 손으로 텐트 고리를 잡아주고 현수는 폴대를 들어 조심스럽게 결합한다.

바다에 빨리 들어가고 싶어 조바심이 난 인주와 한주는 현수가 텐트 치는 것을 신기하다는 듯이 지켜본다.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어 가는 텐트, 현수는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아빠가 텐트 다 치고 나면 라면 끓여줄게.”

“응.”

인주만 대답한다. 그러고 보니 한주가 없다. 현수가 인주에게 묻는다.

“한주는?”

“몰라.”

주위를 둘러보는 현수, 한주가 안 보인다. 순간 현수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너희들, 여기 그냥 가만히 있어, 아빠가 한주 찾아올게.”


현수는 세 줄로 줄지어 있는 텐트 사이사이를 헤매며 한주를 찾으러 다닌다.

“한주야!”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리며 소리치는 현수.

“한주야!”

연신 한주의 이름을 부르며 초조하게 한주를 찾아 헤맨다.

현수가 텐트를 친 곳에서 50미터 안쪽으로 들어가자 당황한 표정으로 텐트들 사이에서 헤매는 한주를 발견한다.

길을 잃고 헤매는 한주의 당황하고 놀란 표정.

“한주야!”

한주는 화가 난 현수의 얼굴을 보고는 어쩔 줄 몰라한다.

한주는 각양각색의 텐트에 호기심이 생겨서 구경하다가 그만 그 텐트 숲 사이에 갇혀버린 것이었다.

현수는 한주의 손을 거칠게 낚아채서 텐트 치던 곳으로 데려온다.


한주를 텐트로 데려온 현수는 다시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현수의 텐트 친느 모습을 지켜본다. 드디어 텐트가 완성되고 부려놓았던 물건들을 텐트 안으로 옮긴다.


풍선 하나가 바람에 날려 텐트 옆으로 굴러가는 것을 본 인주, 인주는 그것을 잡으려고 한다.

잡을 듯하다가 또 바람에 굴러가는 풍선. 그러다가 인주는 텐트에서 멀어진다. 

텐트를 정리하던 현수, 이번에는 인주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인주야!”

현수가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아, 도대체 왜!”

화가 난 현수는 정리하려고 들었던 물건을 내동댕이친다. 현수의 화 난 모습을 처음 보는 혜진과 한주가 잔뜩 겁을 먹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현수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한다.

“너희들, 텐트 안에 꼼짝하지 말고 있어!”

모래사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소리치는 현수,

“인주야!”

텐트 뒤쪽 멀지 않은 곳에서 인주가 풍선을 안고 현수에게 쫓아온다.

화가 난 표정의 현수는 인주를 보자 안고 있던 풍선을 뺏어 터트려버린다.

현수가 풍선을 터트려버리자 겁을 잔뜩 먹는 인주.

현수가 소리를 친다.

“아, 왜 이러는 거야!”

화를 주체하지 못한 현수가 인주의 엉덩이를 있는 힘껏 내리친다.

인주는 화가 크게 난 현수에게 말 한마디 못 한 채 겁에 질려 눈물조차 제대로 흘리지 못한다.

현수는 인주의 손을 거칠게 잡고 텐트로 데려간다.


인주를 데리고 온 현수는 인주를 텐트 안으로 밀어 넣는다.

“자, 텐트에 들어가 있어!”

현수는 텐트 밖에 서있는다. 

겁먹은 아이들은 텐트 안에 조용히 앉아 있다.


텐트 밖에 서서 먼바다를 보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현수.

여전히 텐트 안의 아이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마음이 가라앉힌 현수, 겁을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몰려온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화를 냈던 현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감정을 주체하기 힘든 현수.

현수는 주위를 둘러본다. 조금 떨어진 곳에 간이매점이 눈에 띈다.

현수는 텐트 안에 있는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 아이스크림 사러 갈까?”

“응.”

아이들의 조심스러운 대답에 현수는 마음이 더 미어진다.


현수와 아이들이 바닷가 간이매점으로 들어선다.

“자, 하나씩 골라.”

혜진과 한주가 아이스크림 냉장고로 가서 좋아하는 빙과를 고르지만, 인주는 가만히 있다.

인주가 마음에 걸린 현수는 인주에게 어색하지만 다정하게 말한다.

“인주도 하나 골라.”

인주가 조용히 말한다.

“안 먹을 거야.”

현수가 인주를 바라보며 묻는다.

“왜?”

인주가 대답도 없이 가만히 서 있다.

인주에게 심하게 화냈던 현수가 다시 부끄러워진다.

“인주가 안 먹으면 아빠도 안 먹을 거야.”

인주가 머뭇거리다가 아이스크림을 고르자 현수도 생수를 집어 든다.


간이매점 밖으로 나온 현수와 아이들. 아이들은 빙과 포장을 벗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현수는 목이 타는 듯 시원한 생수를 병째로 들이켠다.

현수는 인주가 빙과 포장을 힘겹게 뜯는 것을 보고는 빙과 포장을 뜯어서 인주에게 건넨다.

현수는 그들의 텐트를 손으로 가리킨다.

“저게 우리 텐트지.”

“응.”

아이들이 대답에 이어 현수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한다.

“잘 봐, 그 옆에 스피커가 달린 전봇대가 있고, 그 옆에 회색 텐트가 있지?”

“응.”

“길 잃어버리면 저 전봇대로 오면 돼.”

현수에게 혼이 나지 않은 혜진만 대답한다.

“알았어.”

현수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한다.

“길 잃어버리면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 길 찾는다고 돌아다니면 찾기 더 힘들어져, 알았지?”

“응.”

“알았어.”

이어지는 한주와 인주의 대답을 들은 현수 설명을 덧붙인다.

“그러면 아빠가 너희들을 쉽게 찾을 수 있지?”

“응”

아이들이 빙과를 빨며 현수와 함께 텐트로 걸어간다.


텐트 밖에서 손 펌프를 이용하여 2인용 고무보트에 바람을 넣는 현수, 그 옆에서 아이들이 서서 고무보트에 바람 넣는 것을 보고 있다.

빨강과 파란색으로 이루어진 스파이더맨 복장을 본뜬 원피스 수영복, 인주 한주 두 녀석 모두 같은 수영복을 입고 있다. 그리고 민소매 티셔츠에 쫄쫄이 7부 바지를 입은 혜진, 흰색과 검은색의 줄무늬가 가로로 그어진 쫄쫄이바지를 입은 모습이 깜찍해 보인다.

현수가 뙤약볕 아래에서 손으로 펌프질 하느라 이마에 땀이 흐른다.

“아빠, 힘 안 들어?”

인주의 말에 현수가 웃으며 말한다.

“이거 되게 재미있어.”

현수가 거짓말하는지 알고 있는 인주가 빙그레 웃는다.


이윽고 고무보트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현수가 손으로 펌프질 할 때마다 부풀어 오른 고무보트 안에서 ‘슉슉’하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탱탱해진 고무보트, 현수가 손으로 고무보트를 눌러본다.

“이제 고무보트에 바람 다 넣었어,”

옆에 있는 혜진이 웃으며 말한다.

“정말이야?”

그다음 한주의 말.

“사실이야?”

인주가 머뭇거리다가 TV에서 나오는 개그 대사를 마무리 짓는다.

“진짜야?”


현수와 아이들은 고무보트의 네 귀퉁이를 잡고 바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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