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적 변화

2024.09.08 22:29

by yessay

최근에 조카가 태어났습니다. 6월에 태어나서 아직 백일이 채 되지 않은 아가인데요. 너무 예쁩니다. 매일 보고 계속 봐도 또 보고 싶은… 저는 아기보다 강아지가 더 귀여웠던 사람이었는데요. 이제는 강아지가 귀엽단 생각이 별로 들지 않을 만큼 아기에게 푹 빠졌달까요. 근데 이 아가가 말이죠. 저를 닮았다는 게 저에겐 문제였습니다. 아기 얼굴에서 제 얼굴이 종종 보이거든요. 그러면서 내가 인생을 잘 살고 있는지 점검해 보게 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나를 닮은 이 아기에게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어요? 제 삶에 올바르고 똑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추가되었습니다. 아기가 이모를 닮았다는 걸 미워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외면도 내면도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 아기는 사실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아기라서 제가 오버하는 걸 수도 있는데요. 습관이라는 게 한두 번으로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더 나은 삶을 갈망하게 된다는 게 일단은 좋습니다. 뭐 그런다고 해서 제가 나쁜 삶을 살았던 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더 달라질 건 없지만요. 뭐랄까 소소하게는 밥 먹을 때 한쪽다리 올리고 먹지 않기, 식사 천천히 먹고 설거지 바로 하기, 더 나아가선 헛구역질 안 하고 양치하기 정도의 생활습관 교정이랄까요? 진짜 별 거 없죠. 뭐 경제관념이나 예의 같은 건 엄마아빠가 더 잘 알려줄 테니까요. 좋은 것만 보여주고 물려주고 싶은 마음과 아기에 나를 투영해서 나를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더 그런 것도 같아요.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저는 쓸데없는 염려를 그만두는 게 제일인 것 같아요. 내 인생에 필요도 없는 걱정을 그만두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아낄 수 있거든요. 오히려 내가 꼭 해야 하는 것들에 집중하는 거죠. 의식적으로 나를 좀먹는 시간들을 절제해 보는 겁니다. 걱정할 시간에 도전해 보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계속 들 때 차라리 씻고 잠을 잔다든지(생각만으로도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몸이라도 쉬게 한다는 생각으로), sns를 통해 알 필요 없는 정보들을 괜히 수집하지 않는다든지 말이죠.

사실 말이 쉽지 저도 계속 핸드폰 붙잡고 있고 싶고, 누군가 미우면 욕하고 싶고, 실패할까 도전이 두렵기도 하답니다. 그래도 더 나은 이모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게 큰 의미가 있겠죠.

작은 아기가 주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다 큰 성인의 생활 습관까지 흔들어 놓다니요. 얼른 추석이 되어 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우선 어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출근을 위해 잠을 청해야겠어요. 기분 좋은 월요일을 향하여! 굿나잇…

keyword
작가의 이전글최애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