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9. 20:07
저의 최애음식은 초밥입니다. 초대리된 밥과 와사비, 싱싱한 회의 조합이 너무 좋아요. 그중에서도 와사비와 밥의 조화를 사랑하는데요. 코 끝이 찡해지는 느낌과 달짝지근한 밥의 맛이 중독적이에요. 그래서 저는 초밥을 자주 먹는 편입니다.
저는 음식을 많이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배달음식은 1인분도 양이 너무 많더라고요. 최소주문금액을 채우느라 꾸역꾸역 담고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결제를 하고 나면, 배가 불러도 괜히 다 먹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결국 기분이 나빠질 때까지 먹곤 했습니다. 근데 초밥은! 딱 저의 적정량만큼만 오더라고요. 음식을 괜히 남기지도 않고 또 기분 좋을 만큼 배가 불러서 여러모로 저에게 잘 맞는 음식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도 초밥을 먹었는데요. 주문 전에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저는 그냥 초밥만 먹고 싶은데 미니우동이 무조건 포함되어 있는 거예요. 다른 곳에서 시킬까 했지만 딱 그 가게의 리뷰가 제일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결국 주문을 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우동을 먹어치우느라 평소 양보다 많이 먹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어요. 사실 이걸 예상하고 사장님께 메모 적는 란에 우동은 빼주세요라고 적을까 했는데요. 또 뭔가 빠지면 아쉬울 것도 같은 거예요. 저도 참 별스럽긴 한데.. 아무튼 다음에 이곳에서 또 주문하게 된다면 우동은 빼달라고 요청드려야겠습니다.
제가 초밥을 먹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보통 판초밥을 주문하면 광어, 연어, 찐 새우, 생새우, 조개류, 계란, 참치 등이 오는데요. 먼저 흰살생선류를 하나 집어먹고 그 뒤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먹습니다. 저는 연어 위에 양파와 소스가 올라간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또 살짝 구웠다던지 하는 것들도요. 그래서 빨리 먹어버리는 편입니다. 그리곤 빨간 생선류를 먹고요. 마지막에 찐 새우로 마무리를 합니다.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마지막에 찐 새우를 먹고 싶어요. 오늘도 역시 새우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초밥을 다 먹는데 십 분도 안 걸린 거 같아요. 약간 허무하기도 합니다. 다른 음식은 먹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초밥은 이상하리만큼 빨리 먹게 되더라고요. 낱개로 되어있어 그런지 빠르게 집어먹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한창 오마카세가 유행일 때, 저도 유행 따라 몇 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셰프님이 바로바로 해주시는 음식, 비싼 값을 하더군요.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맛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다채롭고 새로운 재료들의 맛을 보고 미식의 세계가 열린 듯했습니다. 그런데 부작용도 있었어요. 맛있는 음식의 기준이 너무 높아진 겁니다. 요즘 같이 입맛이 없을 때 저의 기준이 높아진 걸 많이 느끼는데요. 정말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정말 신선하고 좋고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면 굳이. 이번 여름 너무 더워서 더위를 먹었는지 한 끼만 겨우겨우 먹고 지냈거든요. 배가 고프지도 않고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잘 먹지 않았더니 머리가 핑 돌길래 한 끼는 꼭 챙겨 먹었답니다.
아무튼 저는 배가 고프지도 않고, 굳이 먹는다면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싶은데, 제게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기름기가 쫙 오른 생선구이나 신선한 초밥 등 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안 먹곤 했던 거 같아요. 어찌어찌 식사를 하긴 하지만, 만족스럽게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이건 친구들과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해도 음식이 맛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더라고요. 근데 이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럴 거 같아요.
어릴 적엔 고기면 다 맛있었고, 치킨과 피자를 먹는 날은 더없이 행복했는데 이제는 그런 사소한 즐거움을 즐기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요? 작은 행복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거 같아 아쉬운 것 같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경험을 한다는 게 앞으로 더 중요한 일이 되겠죠.
음식으로도 어른이 되었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빠르게 지나는 시간을 잡아보고 싶지만 잡을 수 없기에 더 소중한 것처럼… 참..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이만 줄이고 가야 할 거 같아요. 하기 싫은 일도 해내야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입맛 없는 자의 미식생활을 위하여.. 야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