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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스팅, 1차 면접

2025년 11월, 예술인들과 함께 한 시간. 편안했다

by 파리외곽 한국여자

캐스팅 면접 현장에서 만난 분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저걸 어제 연재에서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이 되니 그러지 않고 싶다.

그분들이 이 글을 읽을 확률을 따져서 눈치 보는 것은 아니고, 좋은 사람 좋은 시간 좋은 느낌.. 그냥 그 정도로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다.


프랑스 영화제작 현장에서 작은 역이지만 배우를 하면서도 영화음악 기회를 지속적으로 기대하고 계신 분,


일주일에 한 번 지속적으로 스테이지에서 노래를 하면서 한국에서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꿈을 잇고 계신 분,


화가가 본업이지만 한국에는 그녀의 유명한 배우동료도 많고 출간작가이면서, 모노드라마라도 제작까지 염두에 두며 배우로서의 에너지를 표출하고 싶으신 분,


에꼴드 꼬멕스를 나와서 잘 나가고 있지만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러 왔다는 자신감 넘치고 화려함의 극치였던 분,


뭐 이렇게 건조하고 재미없이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에는 같은 조 그녀들의 꿈과 용기 그리고 열정은 이미 한도초과였다.


캐스팅 감독의 질문과 답변 또한 탑 시크릿은 아니지만 상세하게 적기가 좀 망설여진다.




내가 느낀, 캐스팅 감독의 질문에 대답하는 배우 지원자의 이상적인 모습은 아래와 같다.

'이미 배우이고 이미 수상소감을 발표하듯이 인상적이어야 한다'
'이미 영화인인듯 자연스럽고 여유있는 모습이 엿보여고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핵심을 짚어서 서사의 골격을 길지 않아도 탄탄하게 잘 세워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히, 프랑스에서 프랑스 캐스팅 감독과 면접을 할 때는,

-당연히 프랑스어 자체가 자연스러워서 들을 때 탁탁 막힘이 없어야 하고

-내용은 자연스럽게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해 말하고 있더라도 프랑스 문화가 몸에 베여 있어서 프랑스인 한국인을 떠나, 스며드는 대답이어야 한다.



나? 완벽하지 못했다.


1. CD질문에 이은 내 답변은 포인트를 벗어났다.


2. 더구나, 내 전화번호를 물어 온 두 분의 배우 분들 말에 따르면 우리 중 제일 길게 대답했다고 한다.

이제야 왜 감독이 슬슬 카메라 방향을 돌리는 듯 보였는 지 이해가 된다. 그것은 흡사 우리가 누군가의 대답이 너무 길어지면 말을 슬쩍 끊고 다음 타자에게 바통을 넘기는 것과 비슷한 진행이다.


3. 그리고 하나 더,

'어디를 보고 이야기하면 되죠?'


카메라를 돌리고 있는 캐스팅 감독이,


"저를 보고 말하면 됩니다."

라며 친절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들을 다 쳐다보면서 이야기했지만 카메라와 카메라 옆에 있던 그녀를 보지 않았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해주세요'한 한 마디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감독의 요청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런 행동은 영화산업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당장에 통역일이 다시 온다면 저번 그리고 저저번에 일했던 것보다는 더 잘하고 싶다. 고쳐야 한다.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캐스팅 면접 라인업에 내 이름이 들어간다면,

혹은 1차는 자유면접 2차는 연기면접 이렇게 기본 세트로 되어 있어서 1차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지원자라도 자연스럽게 2차 기회도 가질 수 있다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잘해보고 싶다.

잘해보고 싶다.

정말 한번 해보고 싶다.

정말 한번 잘해보고 싶다.


그 기회, 내가 꼭 잡고 싶다.

어쩌면, 잘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잘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생각이 참 순진한 발상일 수도 있고,

영화배우를 아무나 하고, 아무나 시켜줄지 아냐고 누군가는 한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드시

2차 캐스팅 면접, 연락 오면 갈 거다.


이 영화 하고 싶다.


캐스팅감독은 날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지라도,

일단 오늘 난 김칫국을 마셔본다.

이 배역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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