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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one Sep 22. 2024

인생이란 무엇인가, KFC

인생이야기 1

우리는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왜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인생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인생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 남에게 보여지는 것, 인간을 이루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인간을 이루는 인격만이 진정한 인생이며, 가지고 있는 재산과 보여지는 명예나 권력은 하류 인생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인생은 어떤 인생인가?

KFC의 창업자 커넬 샌더스(Colonel Sanders)는 우울한 소년기를 보냈다. 어려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마저 재혼으로 그의 곁을 떠나버려 열차 차장, 타이어 판매원, 선원, 소방관 등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마흔에는 주유소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프라이드 치킨 조리법을 개발하고 나름 요리솜씨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의 나이 쉰쯤에 식당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전소되고 아내와도 이별을 하였다. 예순에 새로 차린 식당은 고속도로 개통으로 경매 처분되었다. 그의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그의 곁에는 피터 할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며 커넬의 성실함과 요리솜씨를 지켜봐 온 그는 프라이드 치킨 요리체인점 운영을 권유하였다. 커넬은 성공하고 싶었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싶었다. 그에게 성공이라는 욕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성공뿐이었다. 이때부터 커넬은 치킨 맛을 보여주기 위해 자동차에서 잠을 자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자신이 개발한 치킨 요리법을 사줄 후원자를 찾아 1,000번 넘게 이름 모르는 사람의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커넬은 66살이 되어 KFC를 시작하였다. 처음 2년간 5개의 체인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될 때까지, 할 때까지, 이룰 때까지 라는 그의 철학처럼 성공한 ‘삶에의 의지’가 나이 70대 중반에 KFC 체인점을 600개로 늘리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샌더스는 말한다. 현실이 아프게 다가올 때 그 현실을 보지 말고 멋진 미래를 봐라. 그리고 거기로 달려가라. 인생 최대의 어려움 뒤에는 인생 최대의 성공이 숨어 있다. 멋진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자만이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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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식품브랜드 ‘본죽’의 김철호 대표는 실패의 대명사다. 대학 졸업 후 신문사 입사 때부터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신문사에서 그가 지방출신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였다. 그 후 인삼유통업은 경험부족으로 실패했다. 다행히 여성용 목욕용품은 성공하여 전국에 350개의 판매망을 통하여 500억원이 넘는 제품이 유통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닥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하였다. 회사도 가정도 모두 파산이 났다. 모두 떠났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요리에 도전했다. 요리에 문외한인지라 학원에 가고자 했으나 돈이 없다. 학원장에서 사정하여 총무와 청소 일을 하며 학원비를 대신했다. 요리학원에 다니는 와중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호떡장사에 도전했다. 한때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사장이 포장마차 호떡장사로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다. 혹시나 사람들이 호떡을 파는 자신을 알아볼까 망설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호떡장사는 입소문을 타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내가 불쑥 찾아와 호떡굽는 그를 한없이 슬픈 표정으로 바라다보았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아내는 이내 앞치마를 두르고 옆에서 호떡을 굽기 시작했다. 이제껏 참아왔던 눈물이 고였다.


김철호의 꿈은 호떡장사가 아니다. 번듯한 식당을 가지는 것이다. 목욕용품처럼 전국적인 판매망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죽 전문점을 시작하였다. 주변에서 죽 쒀서 개 준다며 극구 만류했다. 첫 달 매출은 참담했다. 말이 씨가 되었는지 그대로는 죽도 못 먹게 생겼다. 그러나 그는 호떡장사를 시작했을 때처럼 한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는 죽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했다. 다행스럽게도 청결한 건강식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정착되어 가고 있었다. 덕분에 방송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었다. 방송이 나가고 드디어 첫 가맹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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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세주의자들은 인생이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은 주어진 인생, 즉 재능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생은 살아가면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재능이 한층 튼튼해지며 활용범위가 넉넉해진다. 샌더스와 김철호처럼 우리는 온전한 인간이 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가진 것이 없는 자는 재산을, 보여줄 것이 없는 자는 명예를, 됨됨이가 부족한 자는 인격을 쌓는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전기와 수도가 없는 마을에서 태어나 하루 2시간씩 통학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부터 서울살이를 해보니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재산도 명예도 인격도 쌓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촌놈의 서울살이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그래서 더 힘들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다. 보여지는 내가 아니라 내면의 나를 단련하고자 한다. 그래서 좋은 루틴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일찍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과음과식 안하고, 책을 읽고, 스스로 인생을 창조하고자 하였다. 인생은 노력의 결과다.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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