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요즘은 책을 읽을 틈도, 글 한 줄 쓸 여유도 없이 지냅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머릿속도 몸도 자꾸 뿌옇게 번지곤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그 속에 깊이 빠져 있는 나 자신을, 나는 또 한 번 받아들입니다.
지금 쉬는 날 없이 아홉 번째 일을 하고 있어요.
지칠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이런 와중에 머릿속이 맑아질 때가 있습니다.
일하는 도중 문득, 몇 가지 생각이 마음속에 걸렸고
그 생각들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워 이렇게 짧게라도 적어두려 합니다.
1. 불만은 입 밖에 내는 순간 자라납니다.
입에 머물면 씨앗이고, 말이 되면 뿌리를 내립니다. 불만은 커질 뿐 사라지지 않더군요.
2. 진짜 힘들면, 술 마실 힘도 없습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생각이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로,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
3. 사람들은 내가 아픈지 모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내가 상처받았든,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피해를 입었든
각자 자기 사정에 바쁘다는 걸 인정해야 하겠더라고요.
4. 생각보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게 견딜 만합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부서질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을 일에 묻고 나면 생각보다 오래 버틸 수 있더라고요.
5. 책임감에는 노동이 따라야 합니다.
책임만 지겠다는 사람은 사실 무책임한 사람입니다.
노동 없는 책임은 입으로만 하는 사랑과도 같습니다.
이번 주에 제가 배운 건 이 다섯 가지입니다.
나는 ‘일할 수 있는 지금’이 감사하지만,
그보다 더 확실히 알게 된 건 무책임한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훨씬 더 괴롭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조직이라는 게, 결국은 사람들이 엮여서 굴러가는 거잖아요.
아무리 내가 잘해도, 혼자서 다 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서로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진짜 동료’를 만나는 일은
일보다, 돈보다, 운보다 귀한 일이란 걸 자꾸만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내가 함께하는 사람들이
내 어깨를 짓누르는 존재가 아닌, 내 등을 떠미는 바람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길 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