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위험과 함께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어릴 적 자주 읽었던 우화 '개미와 베짱이'에서조차 힘들게 일하는 개미를 이상적인 삶의 모델로 제시하며, 베짱이의 자유로운 삶은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현재의 즐거움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며 힘들게 사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교육을 받아왔다. 하지만 문득 베짱이가 기타를 치며 자유롭게 노래하는 모습도 행복한 삶의 한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장래조차 예측하기 힘든 세상에서, 확실치 않은 아득한 미래만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후회스럽겠는가?
나는 살아오면서 여러 번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첫 번째 사건은 1994년에 있었던 성수대교 붕괴 사고였다.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고, 평소 잠실에서 버스를 타고 성수대교를 건너 통학하였다. 사고 당일 아침, 전날 친구와의 과음으로 인해 늦잠을 잤다. 평소와 다르게 늦게 출발했고, 차가 막힐 것 같아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갔다. 수업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겨우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의실에 들어가자, 친구들은 다들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왜 나를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는지 물었고, 그들은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네가 그 다리를 건넜을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언제든 갑자기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사건은 8개월 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였다. 그해 여름, 나는 교대역 근처에 있는 컴퓨터 학원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었다. 학원 근처에는 삼풍백화점이라는 고급 백화점이 있었다. 강남 쪽 고객이 많았던 관계로 백화점 5층에는 제법 그럴싸한 콘서트홀이 있었고, 종종 유명한 아티스트의 공연이 있었다. 사고 발생 1주일 전 그곳에서 내가 좋아했던 ‘데이비드 러셀’이라는 해외 기타리스트의 공연이 있었고, 나는 용돈을 모아 공연을 관람했다. 그러나 바로 1주일 후, TV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을 듣게 되었고,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매몰된 사람 중 구조가 되는 장면을 TV에서 계속 방송하였고, 생환이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나도 매몰된 사람 중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세 번째 사건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났다. 2019년 나는 동유럽 여행을 갔고, 여행사 Package 상품 중의 하나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을 유람선으로 여행하는 것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보는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내가 경험한 것 중 최고였다. 우리 가족은 상당히 만족해했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승객 33명을 태운 유람선이 크루즈 선박과 충돌해 전복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배안에 구명조끼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죽은 사람이 더 늘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였다. 그 사건을 보고, 내 가족과 나도 그 사고에 휘말렸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으로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지인 동생 조문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분의 동생은 평소 자폐 증세가 있었고, 건강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은 평소 밖에 나가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가족들은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집에서만 지내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인 가족 중 누구도 동생이 갑자기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었다. 지인은 “이렇게 갑자기 죽을 줄 알았으면, 맘껏 놀게 해 줄걸…”이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겪고 또는 보면서, 나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릴 적에는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에서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직장에 들어가서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살아간다. 흔히 행복한 노후를 위한 준비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일 당장 죽더라도 후회 없도록,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