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평가

성장은 늘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다

by 역마자

한 직장에 오래 있다 보면 사람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잊어버린다.

정확히는, 잊어버리는 편을 택한다.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 달라질 것도 없기 때문이다.


조직은 사람을 평가하지만 그 평가가 본인에게 전달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소문과 뒷말만 떠돈다.

경험상, 누군가를 두고 좋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거의 본 적이 없다.

평가는 늘 음지에 있고, 당사자는 결과만 떠안는다.


예전에는 가끔 면접을 보았다.

이직이 목적이기보다는 회사 밖에서의 내 값어치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만큼은 이름도 직함도 떼어낸 채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 누군가 나를 평가한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지 않다.

이제 와서 새삼 부족함을 지적받고, 과거의 선택을 요약당하는 일은 발전보다는 소모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냥 조용히 버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말한다.

성장을 위해서는 쓴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다만 그 쓴소리가 정말 성장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우월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인지는 대부분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모든 평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완전히 외면하지도 못한다.

결국 필요한 건 평가를 받아들이는 용기보다 걸러낼 체력이다.


나에 대한 평가는 늘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듣지 않아도 존재하고, 알지 못해도 이미 끝난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사람은 조금 더 냉소적이 되고, 조금 덜 순진해진다.


그리고 아마,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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