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도 일상에서 탈락하지 않도록,경계선지능 슬러너스 2

슬러너스의 고민

by 김민규


아직 신발끈을 묶지 못하는 23살 경계선 지능인


"슬러너스는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슬러너스는 거창한 철학으로 시작된 서비스가 아니다. 사실 처음엔 아주 단순한, 그리고 절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경계선 지능인 청년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없었다. 누구도 그들의 하루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이나 전문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복지의 테두리 안에도 들지 않는다. 부모님은 자녀가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돌보지 않지만, 사실상 '자립'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할 게 없는 삶'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저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하고, 침대에 누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이것이 수많은 경계선 지능 청년들의 하루였다. 우리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러면 우리가, '할 일'을 만들어주면 되는 거 아닐까?"

그렇게 탄생한 것이 슬러너스의 루틴 설계 프로그램이었다.



하루를 설계한다는 것

'루틴'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루틴은 정말 작고 사소한 것들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

이불 개기

오늘 날씨 보기

간단한 단어 따라 써보기

그런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점차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중요한 건 자기 스스로 해냈다고 느끼는 경험의 반복이다.



MVP를 만들고, 세 명의 청년과 함께 30일 루틴 실험을 해봤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매일 루틴을 까먹거나, 인증을 안 하거나, 텅 빈 시간 속에서 다시 빠져들곤 했다. 하지만 3주 차가 넘어가면서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한 친구는 아침마다 자기가 먼저 물을 마시고, 사진을 찍어 단체 채팅방에 올리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는 "오늘도 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챗봇의 칭찬 메시지를 기다렸다.


우리는 그것을 보며 확신했다. 이건 된다.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삶이 바뀐다.



그런데, 현실적인 고민이 남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 서비스를 '돈벌이'로 시작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는 되도록이면 당사자에게 돈을 받고 싶지 않다.


실제로 슬러너스를 사용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경제활동이 불가능하거나, 한 달 용돈이 10만 원도 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구독료를 받는다는 건 너무 미안한 일이다. 우리가 대신 도와주고 싶다.


그래서 지금까지 모든 MVP 비용, 설계, 운영, 채팅 응답, 회고 일기 피드백, 보호자 리포트까지 자비로, 팀원들의 시간과 노동으로 감당해 왔다.


사실 이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플랫폼을 개발하려면 API 비용이 계속 나가고, AI 리포트 생성을 위한 데이터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팀원들에게 적절한 급여를 지급하려면 당연히 운영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거창한 수익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이 서비스가 무너지지 않고, 작게라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투자자들이 말해준 것

어느 날, 벤처캐피털에서 우리 서비스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건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회 인프라다."

그 말에 우리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우리가 하는 일이 무모한 선의가 아니라, 정말 필요해서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당장 큰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시장은 작고, 느리며,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분야다. 그래서 투자자들조차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현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고민한다. 당사자에게 돈을 받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결국, 우리의 목표는 하나다

슬러너스는 멋진 플랫폼이 아니다. AI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수익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단 한 명도, 일상에서 탈락시키지 않겠다고."

경계선 지능 청년이 사회 속에서 버려지지 않고, 매일 조금씩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들의 하루를 누군가와 함께 시작하게 해주는 것.
그리고 그 하루가 쌓여 자존감이 되고, 삶의 리듬이 되는 것.

그게 슬러너스가 만들고 싶은 세상이다.

그 여정을, 오늘도 조용히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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