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준이 기억 속 엄마와 행복했던 시간

by 은나무


우리 부부는 둘째를 임신하면서,

동생이 태어나고 나면 아무래도 영준이에게 신경이 덜쓰이게 될까 봐 늘 미리 말해두었다.

영준이가 상처받고 소외당하는 것처럼 느끼고 속상해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영준아 동생이 태어나도 엄마 아빠는 영준이가 늘 먼저야. 동생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라서 엄마 아빠가 돌봐줘야 해. 그래서 좀 더 신경을 쓰는 거지 영준이 보다 더 많이 사랑해서 그러는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엄마 아빠는 영준이를 늘 첫 번째로 사랑해 알았지?


아무리 그렇다고 말하고 사랑한다 표현해도 막상 동생이 태어나면 아직 어린 영준이도 사랑을 빼앗긴 기분이들것이고 질투도 나는 게 당연한 일.


나는 그런 영준이와 주말엔 남편에게 둘째를 맡겨놓고 시간을 종종 보냈다. 영준이에게도 오롯이 사랑과 관심이 필요할 나이이기 때문에 나름 노력하려고 애썼다.


영준이와 단둘이 영화도 보고 아이가 좋아하는 떡볶이도 먹으러 다니며 종종 주말 데이트를 즐겼다.

그럴 때마다 늘 동생 때문에 관심을 빼앗긴 거 같아

섭섭했던 영준이는 온전히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거워했다.


사실 그때 영준이에게 아빠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기회도 충분히 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나도 육아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왠지 아들과 남편만 단둘이 시간을보내는 것에 대한 질투가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그랬다.

아마 나도 내면이 성숙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러다 영준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때.

한 번은 나도 육아와 살림에 지쳤고 다 큰 영준이와

1박 2일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영준이에게 물어보니 엄마랑 단둘이 여행을 간다는 말에 무척이나 설레어했다.


우리는 전주 한옥마을로 목적지를 정했다.

기차를 타고 다녀오기로 계획을 짰다.


늘 즉흥적인 나는 당장에 남편에게 영준이와 여행을

가겠다고 말했고 내심 고마워하는 남편은 흔쾌히 허락을 했다. 집에서 가까운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우리는 전주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육아에서 해방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이 나도 덩달아 설레었다.


영준이도 늘 동생에게 빼앗긴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단둘이 떠나는 여행에 즐거움이 한가득이었다.


가족이 다 같이 여행을 가다 보면 아무래도 동생한테 치이고 대부분 양보하기 마련이라 영준이는 아마도 늘 즐겁지많은 않았을 거 같은 마음을 그땐 왜 몰랐는지. 영준이가 그저 형이니까 이해해 주길 바랐던 마음만 늘컸던 거 같다.


아무튼 우리는 2시간 만에 전주에 도착했다.

우린 둘 다 전주는 처음이었다.

전주 한옥마을 내에 있은 한옥 숙소를 예약했고

아기자기한 한옥펜션부터 먼저 들렸다.

방하나에 화장실 한 개가 있는 아담한 숙소였다.


결혼하고 처음에 영준이가 혼자 자는 연습을 하기 전에남편과 셋이 한동안 같이 잔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단둘이 한방에서 자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라 어색했지만 생각보다 단둘이 충분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기도

했다.


우리는 예쁘고 아담한 숙소를 둘러보고 한옥마을

거리를 구경 다녔다.

예쁜 카페에 가서 빙수도 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길거리 다양한 음식도 사 먹고 전주 성당에

가서 사진도 찍고 기도도 하고 칼국수 맛집도 가서

줄 서서 먹어보고 그날 우리는 웃음이 끊이지 않고

즐거웠다.


어린 동생 때문에 늘 여행을 가도 뭔가 지체되고 힘들고 양보해야 하고 그런 힘든 여행이 아니라 온전히

우리 둘이 자유롭게 즐기는 여행이 나도 육아와 살림에서 해방된 자유를 만끽하게 해 줬고 영준이도 오로지 엄마와 단둘이 자유롭게 하는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영준이는 그 뒤로 한동안 엄마와 제일 좋았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또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고 종종 이야기했는데, 엄마랑 전주한옥마을 여행, 엄마랑 단둘이

롯데월드 갔던 일, 엄마랑 떡볶이 데이트 이 세 가지를 말하곤 했다.


영준이는 즉석 떡볶이를 참 좋아했다.

나도 떡볶이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떡볶이 데이트도 참 많이 했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까지 둘이 매주 주말마다 등산을 다닌 적도 있다.

그땐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거 같다.


나는 영준이랑 등산 다닐 때가 젤 기억에 많이 남는다.

뭔가 힘든 일을 같이 해내고 한없이 걸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그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우리의 관계가 그때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금 우리의 깨어진 관계도 금방 회복되어 가는중 인지도 모른다....


이제 영준이가 커서 엄마랑 여행 가자고 하면 불편해하려나?

겨울방학 때 살짝 이야기 꺼내볼까? 고민해 본다.

전주여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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